고전소설 ‘임화정연기봉’ 궁중 필사본 72책 완질 경매 출품

고전 장편소설로 현존하는 유일한 궁중 필사본 <임화정연기봉(林花鄭延奇逢)> 72책이 완질로 경매에 나왔습니다.

문화예술 경매회사 코베이옥션은 오는 20일(수) 진행하는 제266회 프리미엄 온라인경매에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 장편 소설로서 현존하는 유일의 궁중 필사본인 <임화정연기봉>이 출품됐다고 밝혔습니다.

<임화정연기봉>은 주인공 임생이 화소저·정소저·연소저 등의 등장인물과 아름다운 인연을 맺으며 간신들로 인해 어지러워진 세상을 바로잡는다는 내용을 다룬 대작 한글 장편 소설로 등장인물이 70여 명이나 되는 방대한 작품입니다.

17세기에서 18세기에 등장한 주요 한글 장편 소설과 비교했을 때 <임화정연기봉>의 등장인물들은 약화된 규범적 의식 아래 각자의 독자성을 지닌 존재에 가깝게 형상화됐습니다. 또한, 이야기의 구성에 통일성이 있고 치밀한 인과관계로 연결돼 있습니다.

19세기 후반 무렵 한글 장편 소설의 대표작으로 거론될 정도로 문학적 위상을 지닌 <임화정연기봉>은 장편 소설의 장르적 속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작품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장편소설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정확한 작자와 연대는 현재까지도 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출품작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까지 궁중에서 정서해 공주나 옹주가 시집갈 때 혼수품으로 마련해준 것으로 추정되며, 글씨는 정성을 들여 가지런하게 쓴 궁체로 필사됐습니다.

당대에 제작된 오동나무 포갑 7개와 함께 낙서나 파손된 부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로 보존됐습니다.

판본으로는 1925년과 1938년에 각각 조선도서주식회사와 박문서관이 발행한 신연활자본 전 6권 6책이 남아 있으며, 필사본으로는 과거 경성제국대학 도서관의 장부에 139권 139책 분량을 구매했다는 기록만이 확인될 뿐 실물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전 72권 72책의 필사본은 현존하는 유일의 궁중 필사본으로, 경매 시작가는 3억 5천만 원입니다.

이 밖에도 이번 경매에서는 조선시대의 명필 석봉 한호의 필사기가 있는 친필 서법첩 <서적>과 <석봉선생신묵>,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맥주공장의 모습이 담긴 <조선맥주공장 건축 관련 자료 일괄>, 한국전쟁에 파병된 미국 공군 소속의 연합군이 착용했던 구제보상증서(Blood chit)가 인쇄된 <항공 자켓>을 비롯해 고서적부터 근현대 역사 자료까지 다양한 출품작들이 새 주인을 찾습니다.

경매는 오는 20일(수) 오후 3시부터 5분 간격으로 20점씩 차례로 마감될 예정입니다.

경매 출품작은 오는 18일(월)부터 20일(수) 오후 2시까지 서울시 종로구 수운회관 3층 코베이옥션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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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기자 (stone21@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