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재논란…신한투자증권이 제시한 사적화해 의미는?

김보라 2023. 9.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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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상 예외적으로 합의로 가능한 사적화해
증권사가 배상비율 정하면 투자자가 동의여부 결정
일각에선 뒤 늦게 사적화해 들고 나왔다는 비판도

금융감독원의 사모펀드 재검사 발표로 라임펀드 사기사건이 재차 수면위로 부상한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이 펀드 투자자들에게 사적화해 방식을 제시했다.

증권사 중 라임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했던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라임펀드에 대해 '사적화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라임펀드는 2019년 당시 6조원대 자금을 굴리는 국내 1위 헤지펀드 라임자산운용이 만든 사모펀드다. 당시 신한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3248억원의 라임펀드를 판매했다.

하지만 라임펀드가 코스닥 부실기업의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하고 돌려막기를 하면서 금감원 추산 1조6679억원의 환매중단이 발생했다. 이는 고스란히 판매사들의 책임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신한투자증권은 라임펀드 감독소홀로 1심 재판에서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금감원 분쟁조정 대신 사적화해 

신한투자증권은 자신들이 판매한 라임펀드 환매중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 환매중단 금액의 20~30%를 자발적으로 선배상한데 이어 이번에 다시한번 사적화해 방식을 제시했다.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 기본적으로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상품이 다양해지고 상품구조도 복잡해지면서 처리기간이 상당히 지연되는 등 실효성 문제가 늘 따라다니는 실정이다. 이에 증권사와 소비자들은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배상을 결정하는 사적화해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적화해는 증권사와 투자자 등 당사자들이 소송까지 가지 않고 서로 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자본시장법은 기본적으로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손실을 보전해줄 것을 약속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손실을 보상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때 예외적인 경우란 증권사의 과실로 인해 위법행위가 일어났거나 위법 행위가 불명확한 경우를 말한다. 

사적화해는 금감원 분쟁조정제도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보다 신속하게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적화해 방식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사적화해 절차는? 

사적화해는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하지만 이때 합의라는 것이 완벽하게 동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합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통상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사적화해는 회사가 사적화해의 조건을 제시하면 이에 동의하는 투자자는 사적화해 조건에 따른 배상을 받고, 동의하지 않는 투자자는 사적화해를 거부하는 형태다. 

실제 지난 2020년 라임펀드 관련 증권사들이 사적화해를 진행했을때 투자자들의 동의 비율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이었다. 당시 사적화해 동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신영증권으로 99.5%의 투자자가 동의했다. 반면 KB증권은 80%, 신한금융투자는 69%, 대신증권은 61%로 저마다 투자자의 사적화해 동의율이 달랐다. 

신한투자증권이 이번에 제시한 사적화해 역시 모든 투자자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배상비율, 즉 얼마나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사적화해 동의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신한투자증권은 9월부터 사실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실조사는 사적화해를 원하는 투자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투자자가 투자한 펀드유형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이 절차를 거친 뒤 신한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비율 산정 기준에 따라 투자자에게 배상을 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금감원 분조위의 배상비율 범위는 40~80% 정도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2020년 일부 선배상을 받았던 투자자들의 투자 조건, 금액 등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사적화해를 통해 (환매중단금액의) 40~80% 범위 내에서 배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뒤 늦은 사적화해? 

일부에선 신한투자증권이 뒤늦게 사적화해 방안을 들고 나왔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디스커버리‧라임(플루토,새턴 등)펀드 분쟁조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그동안 금감원은 다른 해외펀드 자료를 조사할 게 많아서 라임펀드에 대해선 분쟁조정 여력이 없다고 했다"며 "이런 금감원 상황 때문에 신한투자증권이 사적화해 방안을 들고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적화해에 동의하지 않는 투자자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으로 가면 되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분쟁조정 상황을 감안할때 결국 투자자들이 사적화해 방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김득의 대표는 또 "다들 라임펀드 문제가 다 끝난 줄 아는데 라임펀드에 해당하는 플루토나 새턴 등의 펀드는 대부분 신한투자증권이 판매했다"며 "과거에 선배상을 했을 때 제대로 배상을 해줬더라면 그동안 금리도 좋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투자금을 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과거 환매중단금액의 20~30%만 선배상한 것은 당시 여러 상황들을 감안해 결정한 것"이라며 "이후 환매중단금액의 회수가 길어지다 보니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이번에 사적화해를 결정하게 된 것이고 저희 입장에선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배상비율 결정과정에서 투자자의 입장(배상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 등)은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신한투자증권이 진행하는 라임펀드 사적화해 대상 금액(환매중단금액)은 1440억원이다. 투자자들이 이번 사적화해에 응하면 신한투자증권이 그동안 판매했던 라임펀드(3248억원)를 어느 정도 다 털어낼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라임펀드 논란과 신한투자증권이 엮일 일은 없다는 의미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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