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 언론인, 서예가, 정치인이 모두 한 사람… 서거 70주년 오세창 재조명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9. 12. 09:51
역관 출신 3·1운동 민족대표
옛글씨로 독창적 서체 창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
상설관 소장품 위주 56점
옛글씨로 독창적 서체 창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
상설관 소장품 위주 56점
3·1운동에 참여한 애국지사 위창(葦滄) 오세창(1864~1953)의 서거 70주년을 기념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근대 문예인’으로서 위창 오세창의 생애와 예술 활동, 감식안을 박물관 소장품 중심으로 조명하는 전시를 상설전시관 2층 서화Ⅱ실에서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역관 오경석의 장남인 오세창은 16세 때인 1879년(고종 16) 중국어 역관(譯官)을 시작으로 언론인, 독립운동가, 서예가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통·번역 업무를 담당한 관원 명단을 적은 ‘통문관 관안’과 1906년 그가 신문사 사장 시절 발행한 ‘만세보’에서 그의 이력이 확인된다.
또 1919년 3·1운동 때 인쇄된 ‘기미독립선언서’에도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일로 2년 8개월간 옥고를 치렀지만, 이후 서화가들과 교류하며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펼쳤고, 탁월한 감식안으로 서화 연구에 전념해 ‘근역서화징’과 ‘근묵’ 등 저서를 남겼다.
그는 오래된 금속이나 돌에 새긴 글씨 ‘금석문(金石文)’을 수집하고 연구한 오경석의 대를 이어 서예, 회화, 금석문 등 여러 분야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근역석묵(槿域石墨)’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금석문 탑본 78건이 수록됐다. 특히 469년 고구려가 평양 성벽을 축조해 새긴 ‘고구려 평양성 석편’(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보물) 탑본은 부친의 수집품으로 결실되기 전 모습이라 가치가 높다.
아울러 오세창은 금석문을 따라 쓰고 문구와 설명을 적어 작품으로 제작한 ‘종정와전임모도(鐘鼎瓦塼銘臨摸圖)’ 전형도 확립했고, 옛 글씨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상형고문(象形古文)과 전서(篆書) 작품도 제작했다. 상형고문을 쓴 ‘어魚·거車·주舟’는 문자를 보는 순간 그림이 연상될 정도로 고대 문자의 그림문자적 특성을 살린 수작이다.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전서로 쓴 우리나라 문인의 시’에는‘영동관란도인(바다 동쪽에서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는 사람)’이란 호가 적혀 있다.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일본에 망명했던 시절(1902~1906년) 호로 추정되며 그의 중년 시절 필치를 엿볼 수 있다.
오랫동안 옛것을 연구하고 감식안을 길렀던 그는 서화 품평에도 능했다. 그는 서체가 매우 독특해 진위 논란이 있었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손자孫子’를 두고 인장이 김정희 제자 신헌(1810~1884)의 것임을 밝히고, 김정희가 당나라 서체를 참고했다는 점을 들어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 아울러 그가 13세기 고려불화 ‘수대장존자’(보물)의 기원과 내력을 참고해 작성한 글이 그림 뒷면에 부착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오세창은 격변의 시기 민족의 계몽과 독립을 위해 힘썼고, 한편으로는 우리 서화를 연구해 옛것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서체를 이룬 근대기 문예인이었다. 그의 손길이 남아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이루고자 했던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망우동 공동묘지에 묻힌 오세창은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2등급)에 추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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