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위성·군수 담당들, 김정은 따라 러시아로…각종 군사협력 '합의' 나온다
군수공장·해군 챙겼던 김정은 현지지도는 '정상회담 준비'로 분석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에 군 서열 1·2위로 분류되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을 비롯한 군 관련 고위 간부들이 대거 동행했다. 무기 거래와 연합훈련 등 북러 간 군사협력이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김 총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10일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당과 정부, 무력기관 주요 간부들이 김 총비서를 수행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신문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리병철, 박정천뿐만 아니라 군수 조달을 책임지는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도 동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강순남 국방상, 김명식 해군사령관도 포착됐다.
이들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북한과 러시아가 이미 지난 7월부터 정상회담을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이후 부쩍 김 총비서의 군 관련 현지지도에서 모습이 부각된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거래와 연합훈련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근거가 되기도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로 포탄과 미사일 등 군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핵추진잠수함 등 첨단 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측 모두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번 만남이 성사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는 쇼이구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을 계기로 방북한 쇼이구 장관에게 김정은 총비서는 '무장장비전시회'를 직접 안내하고 열병식에 초대하는 등 공을 들였다.
김 총비서는 쇼이구 장관이 떠난 뒤인 8월3~5일과 11~12일에 주요 군수공장을 돌아보며 무기 생산을 다그쳤다. 그는 각 공장에서 달성해야 하는 구체적인 과업을 제시함은 물론 발사대차(TEL)에 탑승하거나 전투장갑차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최고지도자가 '무기 세일즈'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때 김 총비서를 집중 수행한 인물이 박정천, 조춘룡이다. 특히 박정천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에서 거의 대부분 보직에서 해임된 뒤 8개월 만에 군수공장에서 모습을 드러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명식 해군사령관 역시 지난 8월부터 부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김 총비서의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 시찰, 해군절 계기 각종 기념행사, 새 잠수함인 '전술핵공격잠수함'(김근옥영웅함)의 진수식 때 모두 김 총비서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다.
이는 러시아가 쇼이구 장관을 통해 북한에 해상연합훈련을 제안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의 참여 여부는 미지수지만, 북한이 러시아와 동해상에서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해군에 집중적인 역량을 투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총비의 해군 관련 행보가 2016년 이후 처음 나왔고, 쇼이구 장관의 방북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해군절을 챙기지 않던 그가 올해 해군절에 유독 해군의 사기를 진작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해상연합훈련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수행 인원에 박태성 당 비서가 포함된 것도 북러 군사협력과 연관이 있다. 과학 쪽 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그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위해 설치한 '국가비상설 우주과학기술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북한은 올해 두 번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으며, 향후 추가적인 실용위성 발사도 공언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기술력 전수를 통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싶어하는 북한의 속내가 반영된 수행원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행원들의 면면, 이들이 모두 최근 김 총비서의 7월 이후 현지지도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지난 7월부터 북러 정상회담을 준비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 안보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한 합의'가 대거 도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이유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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