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탈취 노린 ‘김만배 가짜뉴스’ … 허위정보로 대선판 뒤집을 뻔[허민의 정치카페]

허민 기자 2023. 9. 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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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김만배 가짜뉴스’ 분석
악의·허위 정보는 개인·조직·국가에 해악 끼치는 오염물… 권력의 쟁취·유지·재생산이 목적
김만배 일당, ‘윤석열 커피’ 지어내며 병풍 - 광우병 - 세월호 선동 계보 잇기… 법질서 짓뭉개는 범죄

뉴스는 사실을 토대로 생산된다. 따라서 ‘가짜+뉴스’라는 결합은 ‘뜨거운 얼음’처럼 그 자체로 기형적이다. 가짜뉴스의 범람은 사실관계의 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이기도 하다.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훨씬 더 빨리, 멀리, 널리 전파된다. 가짜가 진짜보다 더 새롭고, 자극적이며, 오감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좌파의 가짜뉴스는 우파의 그것보다 더 집요하고 치열하며 조직적이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궁극적 목적은 권력의 쟁취·유지·발전·재생산에 있다.

◇가짜와 뉴스의 결합

루머나 괴담, 콘텐츠 조작을 동반하는 가짜뉴스의 폐해는 과거에도 있었다. 정확히 100년 전인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가 ‘조선인들이 폭동을 조장하고 있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렸고, 이는 참혹한 인종청소를 몰고 왔다.

오늘날의 가짜뉴스는 복잡성이나 규모 면에서 디지털로 촘촘히 연결된 세계에 미증유의 도전을 안겨준다. 정치적 대립·갈등이 첨예하고 사회적으로 점점 더 양극화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가짜뉴스는 뉴스라는 형식으로 제공되는 오염된 정보를 말한다. 오염된 정보는 오인(誤認) 정보(misinformation), 악의 정보(mal-information), 허위 정보(disinformation)를 포괄한다. 뒤로 갈수록 악랄하고 불법적이다.

‘오인 정보’는 개인이나 조직에 피해를 입힐 의도가 없는 잘못된 정보를 말한다. 오인 정보가 뉴스로 제공되면 오보가 된다. ‘악의 정보’는 일부 사실을 과장하거나 편집·조작해 해악을 일으키는 정보다. 이 개념은 유럽평의회(CoE)가 2017년 펴낸 보고서 ‘정보 장애(Information Disorder)’에서 공동저자 호세인 데락산(Hossein Derakhshan)이 제시한 것으로, 후일 유네스코가 공식 용어로 채택했다. ‘허위 정보’는 개인이나 조직·국가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거나 피해를 주려 의도적으로 꾸며낸 것으로, 가짜뉴스의 최상위 단계를 구성한다.

가짜뉴스는 결국 재정적 또는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편법적이고 때론 불법적인 방식으로 뉴스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옐로 저널리즘’이다. 주로 페이크 뉴스(fake news)로 번역되고, junk news, pseudo-news, hoax news 등으로도 쓰인다. 서구의 일부 PC(정치적 올바름) 그룹이나 좌파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부르짖는 ‘대안 사실(alternative facts)’도 비슷한 뜻을 담고 있다.

◇가짜뉴스 생태계

가짜뉴스 생산·유포자들의 궁극적 목적은 정치권력의 쟁취·찬탈·장악, 그리고 유지·발전·확대재생산에 있다. 김대업 병풍 사건(2002년), 광우병 선동(2008년), 세월호 괴담(2014∼2016년), ‘김만배 인터뷰’ 파문에서 드러난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공작(2022년) 등이 대한민국 정치를 오염시킨 가짜뉴스 사례들이다.

김대업 병풍 사건은 노무현과 이회창이 맞붙었던 2002년 대선을 수개월 앞두고 튀어나왔다. 이회창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한 모의가 있었다는 뉴스가 퍼지면서 이회창의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사법부의 판결로 가짜뉴스임이 드러났지만 이미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고 2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2008년 봄부터 여름까지 전국적인 촛불시위를 불러온 광우병 선동은 막 출범한 이명박 정권을 뒤집어놓았다. ‘뇌송송 구멍탁’을 선동하던 지상파 방송의 노조위원장은 후일 문재인 정권에서 사장 자리를 꿰찼다.

박근혜 정권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고의 침몰설’ ‘청와대 굿판’ 등 괴담에 시달리던 정권은 끝내 탄핵으로 무너졌다. 최근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김만배 일당의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사건은 0.73%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린 지난해 대선 판도를 뒤집을 뻔했다.

사실(fact)이 아니라 거짓(fake)·편견(bias)·의도(intent)에 토대를 둔 가짜뉴스는 교주-무당-맹신도-군중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생태계를 갖고 있다. 교주가 지령을 내리면 호위 무당들이 선전·선동하고, ‘최악의 것을 믿을 준비가 된’ 맹신도들이 퍼 나르며, 흥분 상태에 빠진 군중심리에 의해 사실로 굳어지는 과정을 거쳐 가짜뉴스는 ‘대안 사실’이 된다. 좌파의 가짜뉴스는 우파의 그것보다 집요하고 치열하며 조직적이다.

◇김만배, 돈, 권력

검찰 수사를 보면 김만배와 짠 일당은 돈과 권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렸다. 대장동 이권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구미에 맞는 권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란 취지로 사실의 조각들을 과장·왜곡·짜깁기했고, 허위투성이 정보들을 생산했다.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대선 판도 뒤집기’로 더 큰 이권이 돌아온다는 계산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재명은 대선 토론회에서 경쟁자 윤석열을 향해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몰아세웠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만배 인터뷰’ 관련 보도에 대해 “(대통령) 당선자를 바꿀 수도 있었을 만큼의 엄청난 충격을 줬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짜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한겨레신문은 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참으로 황당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9월 11일자 사설). ‘커피 타준 검사가 누구였는지는 곁가지일 뿐이고,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것이며, 사소한 흠결을 들어 언론사 폐간 운운하며 협박하는 이 위원장은 어디 독재국가에서 살다 왔느냐…’ 대략 이런 요지다.

하지만 ‘참으로 황당한 궤변’은 이 신문이 하고 있다. 사설에 달린 여러 비판 댓글 중 가장 온건한 것으로 골라 소개한다. ‘언론권력이란 완장을 이용해서 어떤 목적을 위해 내용을 조작했다면 이건 언론자유, 언론정의에 반하는 것 아닌가.’

김만배 일당은 대선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 형식으로 ‘윤석열 커피’ 스토리까지 만들어냈다. 시각적·후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범죄 피의자에게 커피를 타주는 검사’라는 미장센도 동원했다. 악의 정보와 허위 정보의 절묘한 결합이다. 윤석열을 대장동 몸통으로,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김만배 인터뷰’의 진상은 결국 대장동 이권으로 거액의 돈을 챙기고 대선판에 개입해 선거까지 좌우하려 했던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가짜뉴스를 퍼트릴 자유를 갖지는 않는다. 보편적 상식과 규범, 법질서를 훼손하는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의 생산·유포는 범죄다.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가짜뉴스가 바로 그런 것이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대안 사실’이란 객관적 사실이나 보편적 규범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화시키는 것. 의견이 다양하듯 사실도 다양할 수 있다는 논리로 사실관계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상대주의·해체주의와 관련.

‘정보 장애’는 유럽평의회가 ‘탈진실’ 시대의 입법자와 연구자에게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기 위해 2017년 펴낸 보고서. 가짜뉴스를 구성하는 정보를 오인 정보, 악의 정보, 허위 정보로 구분.

■ 세줄 요약

가짜와 뉴스의 결합 : 가짜뉴스는 뉴스라는 형식으로 제공되는 오염된 정보. 여기엔 오인정보, 악의정보, 허위정보 등이 있음. 가짜뉴스의 범람은 사실관계의 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 좌파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특징.

가짜뉴스 생태계 : 가짜뉴스의 탄착점은 정치권력의 탈취·유지·발전·확대재생산. 사실(fact)이 아니라 거짓(fake)·편견(bias)·의도(intent)에 토대를 둔 가짜뉴스는 교주-무당-맹신도-군중의 수직적 생태계를 구성.

김만배, 돈, 권력 : ‘김만배 인터뷰’에서 드러난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는 김대업 병풍-광우병 선동-세월호 괴담의 계보를 잇는 가짜뉴스 사례. 보편 규범과 법질서를 훼손하는 가짜뉴스의 생산·유포는 범죄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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