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근대 문예인’ 위창 오세창 소장품전

김석 2023. 9. 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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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에 참여한 애국지사이자 우리 서화 연구에 힘쓴 위창 오세창(吳世昌, 1864~1953) 서거 7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으로 '근대 문예인'으로서 위창 오세창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열립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근대 격동기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오세창의 생애, 예술 활동, 감식안(鑑識眼)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56점으로 조명하는 전시를 12월 25일(월)까지 상설전시관 2층 서화II실에서 연다고 밝혔습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까지 산 오세창은 16살 때인 1879년(고종 16) 한어(중국어) 역관(譯官)을 시작으로 언론인, 독립운동가, 서예가 등 여러 직업을 거쳤습니다.

그런 다양한 이력은 통·번역 업무를 담당한 관원 명단을 적은 <통문관 관안>과 1906년 오세창이 신문사 사장으로 있을 때 발행한 <만세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1919년 3·1 운동 때 인쇄된 <기미독립선언서>에도 오세창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오세창은 역관 오경석吳慶錫(1831~1879)의 장남으로 태어나 일찍이 부친이 수집한 다양한 자료를 보며 성장했고, 훗날 관직에 나아가 개화정책을 수행했습니다.

관직에서 물러난 뒤 언론인으로 애국계몽 운동을 후원했고, 1919년에는 민족 대표로 3·1 운동에 참여해 2년 8개월간 옥고를 치렀습니다.

출옥 후 서화가들과 교류하며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펼쳤고, 탁월한 감식안으로 서화 연구에 전념해 『근역서화징槿域書畫徵』, 『근묵槿墨』 등 저서를 남겼습니다.

오세창 오래된 금속이나 돌에 새긴 글씨 금석문(金石文)을 수집하고 연구한 부친 오경석에 이어 서예, 회화, 금석문 등 여러 분야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근역석묵槿域石墨』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금석문 탑본 78건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이 첩에는 469년 고구려가 평양 성벽을 축조하면서 새긴 <고구려 평양성 석편>(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 이하 석편, 보물) 탑본이 수록돼 있습니다. 이 석편은 1855년 오경석이 수집해 오세창에게 전해진 것으로, 이후 일부 결실돼 『근역석묵』의 탑본은 결실 전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큽니다.

오세창은 금석문을 따라 쓰고 문구와 설명을 적어 작품으로 제작한 '종정와전임모도(鐘鼎瓦塼銘臨摸圖)'의 전형을 확립했습니다.

또한, 옛 글씨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상형고문(象形古文)과 전서(篆書)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상형고문을 쓴 <어魚·거車·주舟>는 문자를 보는 순간 그림이 연상되는 작품으로 옛 글씨의 문자성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고대 문자의 그림문자적 특성을 살렸습니다.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전서로 쓴 우리나라 문인의 시>에는 '영동관란도인瀛東觀瀾道人(바다 동쪽에서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는 사람)'이란 호(號)가 적혀 있습니다. 오세창이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일본에 망명했던 시기(1902~1906년)에 사용한 호로 추정되며, 이 작품에서 중년 시절 필치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세창은 옛 것을 연구하고 감식안을 길러 서화를 품평했습니다. 서체가 매우 독특해 진위 논란이 있었던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손자孫子』에 찍힌 인장이 김정희의 제자 신헌(申櫶, 1810~1884)의 것임을 밝히고, 김정희가 당나라 서체를 참고했다는 점을 들어 『손자』를 김정희의 진품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또한, 13세기 고려불화 <수대장존자>(보물)의 기원과 내력을 고려사·해주부지 등의 기록을 참고해 작성했는데, 그림 뒷면에 이 글이 붙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세창은 격변의 시기 민족의 계몽과 독립을 위해 힘썼고, 한편으로는 우리 서화를 연구해 옛 것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서체를 이룬 근대기 문예인이었다"며, "오세창의 손길이 남아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이루고자 했던 그의 노력을 느껴보기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 : 독립기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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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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