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간 던져온 조각 한자리에…이강소 개인전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9. 12. 09:39
독자적 작업 추구 이강소
리안갤러리 서울 개인전
‘바람이 분다: 조각에 대하여’
리안갤러리 서울 개인전
‘바람이 분다: 조각에 대하여’
“조각이란 역사적으로 손으로 만들었는데 손을 떠난 작업을 하고팠다. 그래서 던져봤다. 이제 좀 괜찮아진 듯싶다.”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현대미술 1세대 이강소(80) 선생이 40여년 전부터 작업해온 조각 12점을 한자리에 펼쳤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있는 리안갤러리 서울이 증축 개관전으로 마련한 ‘바람이 분다: 조각에 관하여’에서다. 1971년 ‘소멸’퍼포먼스로 실험미술 주요 주자로도 꼽히고 단색화로 분류되는 회화로 인기지만, 이렇게 그간 조각 작업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는 처음이다.
선생은 소재를 반죽하는 토련기에 흙을 넣고 굵은 국수처럼 나오는 반죽을 사각 틀 같은 것으로 조성해서 유연한 상태로 허공에 툭 던져 만들어지는 흙 덩어리를 굽거나 브론즈로 주조(cast)한 다채로운 조각이 인상적이다. 또 최근작인 ‘바람이 분다’와 ‘청명’등 대형 아크릴 회화도 4점 함께 걸려 있다.
조각은 1983년 작부터 1994년 작, 2016년 작까지 시기별로 다채롭다. 던져지는 과정에서의 방향, 속도, 중력, 그리고 건조 과정에서의 빛과 바람 등 우연적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완성되는 작업이다.
전시장 1층에 놓인 거대한 조각 ‘Untitled’연작은 주물 작업이다. 사각이나 원기둥 흙 모양을 그대로 쌓아 올려 중력에 의해 쳐지게 하거나 각각 덩어리들이 서로 기대고 구겨져 또 다른 흙덩어리를 형성하는 과정을 그대로 포착했다. 우연적 형태 그대로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작가는 액체 상태 석고, 브론즈, 철을 흙 원형에 부어서 주조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하에서 발견하는 ‘Becoming’연작은 다채로운 색감부터 눈에 들어온다. 세라믹 작업으로 던져진 흙덩어리 형상을 그대로 유지하되 경주 흙을 1050도로 소성한 붉은색, 그보다 높은 온도로 만든 초콜릿색, 산청의 흙을 1230도로 소성한 노란흙색 등이다.
정준모 큐레이터는 “이강소 선생 작업은 비어있는 듯 가득 차고, 익숙한 듯 늘 새롭다”며 “필획이 춤추듯 기운생동한 회화작품처럼, 조각도 만들다 말고 내맡겨 두어 스스로 자신의 꼴을 갖추어 가는 모습이 흥미롭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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