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숨은 보석 한재이 "성형 제안도 받았지만…" [인터뷰+]
"'마스크걸'이 제 마스크가 된 작품"이라고 했지만, 11년 동안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이 드디어 발현됐을 뿐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김춘애 역을 맡은 한재이는 김모미 역을 맡은 나나와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를 함께 추는 한 장면만으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선한 마스크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스타인 줄 알았는데, 2012년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으로 데뷔한 이후 '마스크걸'을 만나기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준비된 배우였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한재이가 연기한 김춘애는 김모미가 성형수술 후 근무했던 바에서 함께 쇼걸로 일하는 인물. 김모미와 비슷한 외형과 아픔을 갖고 있기에 빠르게 돈독한 관계가 됐다. 김모미를 쫓는 김경자(염혜란 분)에게 오해받아 죽을뻔한 위기도 넘기지만, 의리와 우정을 이어가는 캐릭터다.
'마스크걸'에서는 김모미와 함께하는 김춘애의 서사도 적지 않은 비중으로 그려진다. "우리는 쌍둥이 같았다"고 할 정도로 외모 콤플렉스로 겪었던 과거도 같았고, 분리수거도 안 될 쓰레기 같은 남자 때문에 고통 받는 것도 동일했다. 이런 캐릭터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한재이는 나나와 5kg을 감량했다. 키 171cm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나나와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아무도 저에게 체중을 감량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제가 해야할 일 같았죠. 예쁜 옷들도 입어야 하고요.(웃음)"
한재이의 노력은 통했다. 이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토요일 밤에'를 부르는 장면은 '마스크걸'을 통틀어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나나와 함께 안무를 맞추는 연습실 영상까지 화제를 모았을 정도다.
"출연이 결정됐을 때부터 안무연습을 했다"는 한재이는 "(김용훈) 감독님께서 '춤을 잘 출 수 있냐'고 하셔서,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는데 막상 해보려니 할 게 많았다. 한 줄의 대사를 위해 두세달 정도 연습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하지만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막상 촬영장에서는 그만큼 하지 못했다"며 "힐을 신고 춤을 춘게 촬영장에서가 처음이라 다리가 너무 아프고, 연습했던 안무도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표정 관리가 안됐다"면서 가장 힘들었 순간 역시 그 장면을 꼽았다.
"높고 얇은 힐을 신고 춤을 추는 게 쉽지 않았어요. 엄청 속상했어요. 그래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게 나나도 격려해주고 안무 선생님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결과물을 보니까 편집이나 촬영도 잘 됐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실제로도 동갑내기라는 나나와는 '마스크걸'을 함께하며 친구가 됐다. 한재이는 촬영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나나에 대해 "너무 멋있는 사람"이라면서 촬영이 끝난 후에도 종종 만나 친분을 쌓고 있다고 전했다. '마스크걸'이 공개된 후에도 "나나가 관객을 휘어잡는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면서 "교도소 장면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반했다"면서 웃음 지었다.
반면 부용 역을 맡은 이준영과 연기를 하면서 "자극도 받고, 실제로도 너무 화가났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부용은 아이돌 연습생이자 춘애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자신에게 호감을 느낀 춘애를 '현금 인출기' 취급하며 돈을 뜯어가고, 성인이 돼 재회한 후에도 춘애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면서도 폭력까지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 분노를 자극한다.
한재이는 "이준영 배우가 실제로는 착한데, 극상에서는 너무너무 얄밉게 연기를 잘하니까 저도모르게 화가 나 그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며 "연기할 때와 현실의 차이가 큰 배우라서 신기하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춘애에게 "남자를 볼 때 얼굴 보지 말라"면서 "정말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라고 조언했다.
"춘애를 실제로 만나면 '충분히 예쁘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저 역시 이 일을 하면서 '성형을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성형한다고 그렇게 크게 바뀔까' 싶었죠. '그냥, 나로 살자' 싶었죠. 사람마다 외모에 대한 기준은 다 다르잖아요. 제 눈에 정말 예쁜데도, 본인이 만족하지 못하면 또 얼굴에 손을 대고요. 이미 너무 예쁜데 말이에요"
한재이의 단단한 내면은 스스로의 시간을 소중히 하며 단련하고 있었다. 등산을 가고, 해금을 배우는 등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건강한 취미 생활로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
"등산은 저를 지키는 방법의 하나였어요.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요. 등산할 때만큼은 나한테 집중하고 내 숨소리에 집중하고 올라갈 수 있잖아요. 등산을 하면서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어요. 완등했다는 성취감이 있었죠. 해금은 처음엔 대금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배우러 갔는데, 코로나19 시기라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해금을 추천받아 배우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악기를 바꾸고 싶다는 욕심이 날 정도로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성취감이 있더라고요."
'마스크걸'은 배우로서 한재이의 존재감을 입증한 작품일 뿐 아니라 새로운 꿈을 꾸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한재이는 극중 함께 연기한 염혜란을 롤모델로 언급하며 "한계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염혜란(극 중 김경자 역) 선배를 보면 모든 작품에서 젊은 역할부터 할머니까지 다 소화하셨어. 저도 그분처럼 한계 없이 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 그리고 다음엔 사랑받는 역을 해보고 싶어요.(웃음) 대차게 차보기도 하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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