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도 조종하는 김정은, 해외 순방 때 방탄열차 타는 이유
항공편 노출 쉽고, 외부 공격에 취약
노후 ‘참매 1호’ 장거리 운행 ‘불안전’
선대 전통 따르는 이미지 부각 효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교통 수단으로 또다시 열차를 선택했다.
국방부는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방러와 관련해 “오늘 새벽에 전용 열차를 이용해 러시아 내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10일 오후 출발한 평양에서 853㎞ 떨어진 러시아 연해주 하산까지만 열차로 약 14시간이 걸리는데 느린 속도와 중간 정차 등으로 꼬박 하루가 걸린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열차는 하산역을 지나 우수리스크역에서 기관차 승무원을 교체한 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아무르주가 있는 북서쪽으로 향했다고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틀 넘게 열차로 이동하는 셈이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후보지로 거론되는 극동 지역의 주요 도시는 비행기로 수 시간이면 도착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선택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열차였다. 2019년 4월 방러 당시에도 당일 24일 새벽에 출발해 같은 날 오후 6시에 도착하는 등 약 20시간 정도를 열차로 달렸다.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중국 측이 제공한 항공기를 타고 갔고, 중국 다롄·베이징 방문 때는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탄 적은 있다. 그러나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까지도 3~4시간이면 갈 수 있는 전용기 ‘참매 1호’ 대신 60여 시간이 걸리는 특별열차를 이용했다.
북한 내 열악한 선로 사정으로 시속 60㎞ 정도밖에 속력을 내지 못하고, 북·러의 철도 궤도 차이로 중간에 열차 바퀴를 교체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열차는 효율적 교통수단은 아니다.
그럼에도 열차는 테러 등 위협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항공기는 이륙 이후 항공 운항 추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운항 루트가 쉽게 노출되고 외부 공격에도 취약하다. 김 위원장이 타는 특별열차는 방탄 기능과 박격포 무장을 갖추고 위성전화 등 최신 기기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 열차가 주로 심야나 새벽에 출발하는 이유도 추적을 어렵게 하려는 이유다.
선대의 전통을 잇는다는 상징성도 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중국 등 해외를 방문할 때 전용기보다는 전용열차를 주로 이용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소공포증이 있어 비행기 탑승을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경비행기 조종 모습을 공개할 정도로 비행을 즐기지만 해외 순방 때는 열차를 더 선호한다. 조부와 부친의 길을 따라 전통을 이어간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또 참매 1호가 옛 소련에서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노후 기종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 전용열차의 내부가 공개됐다.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새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에서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전용열차에 앉아있는 김 위원장이 담겼다. 옥수수를 들여놓고 살펴보는 장면으로 볼 때 농업 관련 현지지도를 하던 중으로 추정된다. 당시 공개된 열차 내부에는 노트북과 별도의 모니터, 스마트폰 등 업무용 장비들이 놓여있어 이동 중에도 업무를 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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