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육상 100m 이은주, 세계 상이군인 축제 ‘인빅터스 게임’ 첫 메달

2023. 9. 1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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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상이군인들의 축제 '인빅터스 게임 2023'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11일(현지시간) 첫 메달을 신고했다.

주인공은 여자 육상 100m 경기에 출전한 이은주(45, 예비역 대위) 선수다.

전날 예선 경기를 조 3위로 통과한 이 선수는 이날 오후 펼쳐진 여자 육상 100m 결승에서 영국 선수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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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군인 예우…“말과 글 아닌 경험으로 전하고 싶어”
‘우리는 나라 위해 뭔가 했던 사람’…함께 뛰며 공감
11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인빅터스 게임 2023’ 여자 육상 100m 경기에 출전해 은메달을 차지한 이은주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뒤셀도르프(독일)=국가보훈부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뒤셀도르프/독일)=국가보훈부공동취재단‧오상현 기자] 세계 상이군인들의 축제 ‘인빅터스 게임 2023’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11일(현지시간) 첫 메달을 신고했다.

주인공은 여자 육상 100m 경기에 출전한 이은주(45, 예비역 대위) 선수다.

전날 예선 경기를 조 3위로 통과한 이 선수는 이날 오후 펼쳐진 여자 육상 100m 결승에서 영국 선수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선수는 경기 직후 열린 메달수여식에서 마리 아그네스 스트라크 짐머만 독일 연방하원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은메달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인빅터스 게임에 대한민국 첫 여성선수로 참가하게 돼 설레기도하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부담감도 컸다”며 “메달에 연연하지 말자. 즐겁게 즐기자고 했지만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은메달을 획득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메달을 시작으로 모든 대한민국 선수들이 힘을 얻어서 좋은 결과 갖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오늘이 제 생일인데 너무 소중한 생일 선물이 될 것 같다. 너무 감사한 선물 소중히 간직하겠다”며 감격해 했다.

이은주 선수는 군 복무 중 세 차례 부상으로 경추와 요추의 상태가 악화돼 지난 2008년 대위로 전역했다.

학창시절부터 단거리 육상선수로 생활하며 전국체전에 참가했던 경력도 있었지만 다치고 나서 15년 동안 운동을 못했다.

특히 전역 후에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2~3년 간 자발적으로 격리하기도 했었다는 이 선수.

그는 “상이군경회 부산지부 총무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예우에 최선을 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겼다”며 “정책으로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 말이나 글이 아닌 실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참가제의에 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치고 나서 15년 동안 운동을 못하다가 지난 8월 한 달간 땀 흘리며 열심히 운동 하면서 제발 100m 완주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제발 꼴등만 면하자, 생일날 결승만 뛰면 된다 이런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뜻밖의 큰 성과를 거두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11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인빅터스 게임 2023’ 여자 육상 100m 경기에 출전해 2위를 차지하며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이은주 선수가 동료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뒤셀도르프(독일)=국가보훈부공동취재단]

이은주 선수는 경기에 참여한 다른 나라 선수들과의 대화에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장애를 가졌다는 점, 40대라는 점, 여자라는 점, 군인이었다는 점 등 국경 넘어서 여러가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며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에 ‘우리가 나라를 위해 뭔가 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끝으로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은데 장애가 무슨 문제가 되겠냐”며 말을 마쳤다.

이 선수는 앞서 9일 개회식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 상이군인들과 대화하면서 자긍심이 대단하다는 걸 느겼다”며 “그 에너지를 한국에 돌아가 우리나라 상이군인을 포함해 사회 전체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만나보니 전쟁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이 순간을 즐긴 뒤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더라”며 “조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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