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관 서희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서희건설 창업주 이봉관(78·사진) 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배우자인 이은희 사내이사의 수십억원대 회사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정부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은희씨는 서희건설(187만2000주)과 서희건설 계열사 유성TNS(126만4000주) 지분 등 총 64억9000만원 규모의 주식·채권을 보유했다. 앞서 이씨는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삼성전자와 네이버 주식 등에 대해 정부의 백지신탁 결정을 받아들여 매각했다.


박 실장은 올 2월에도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같은 내용으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고위공직자인 박 실장의 공적 업무와 사적 이익 간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결정해 이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박 실장과 서희건설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고위공직자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 주식이나 공적 정보가 사적 이익으로 연결돼선 안된다는 명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박 실장 측은 본인이 비서 업무만 수행할 뿐 추상적인 위험으로 기업 대주주인 배우자의 회사 주식을 처분하라는 조치는 과도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봉관 회장의 장녀인 이은희씨는 현재 서희건설 통합구매본부장을 맡고 있다. 창업주의 장녀로 향후 경영권 승계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씨의 두 여동생도 서희건설에서 사내이사로 근무 중이다. 박 실장이 배우자의 지분 매각을 저지한 데는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세 딸이 보유한 서희건설 지분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봉관 회장(4.14%)과 장녀 이은희(0.81%)에 이어 차녀와 삼녀 이도희(0.72%) 이성희(0.72%)가 각각 같은 지분율을 보유했다. 최대주주는 계열회사인 유성TNS(29.05%) 애플이앤씨(9.86%) 이엔비하우징(7.08%) 애플디아이(3.39%) 한일자산관리앤투자(1.83%) 등이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있어 경영능력을 최우선으로 판단하겠다는 공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매우 두터운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박성근 전 검사를 보낸 건 윤 대통령"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