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이군인 선수단 '인빅터스 게임' 첫 메달… 女 100m 이은주 '銀'
한국 선수단, 내년부터 美 '워리어 게임'도 참가 전망
(뒤셀도르프·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국가보훈부 공동취재단 =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인빅터스 게임 2023'에 출전한 우리 선수단이 11일(현지시간) 첫 메달을 신고했다. 여자 육상 100m 경기에 출전한 이은주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전날 예선을 조 3위로 통과한 이 선수는 이날 오후 1시10분 현지 육상 경기장에서 진행된 100m 결승에서 영국 선수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결승에서 6레인을 배정받은 이 선수는 총성이 울리자 힘차게 트랙을 박차고 나갔으나 스타트가 좀 늦었던 탓에 레이스 내내 2위로 달렸다. 이 선수는 영국 선수를 추격하며 막판 스퍼트로 역전을 노렸으나, 스타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2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 선수는 경기 뒤 메달 수여식에서 마리 아그네스 스트라크 짐머만 독일 연방하원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은메달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선수는 "인빅터스 게임에 대한민국 첫 여성 선수로 참가해 설레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부담감도 컸다"며 "'메달에 연연하지 말자. 즐기자'고 했지만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은메달을 획득해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선수는 "(군 복무 중) 다치고 나서 약 15년 동안 운동을 못하다 지난 8월 한 달간 땀흘려가며 열심히 운동하면서 '제발 100m 완주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제발 꼴등만 면하자' '결승만 뛰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뜻밖의 큰 성과를 거뒀다"고도 말했다. 이 선수는 군 복무 중 목·허리 등에 3차례 부상을 입고 2008년 대위로 전역했다.
결승 경기가 치러진 이날이 자신의 생일이었다는 이 선수는 "너무 소중한 선물이 될 것 같다.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이 메달을 시작으로 모든 대한민국 선수들이 힘을 얻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갖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선수는 "같이 경기를 했던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장애를 가졌다는 점, 40대란 점, 여자란 점, 군인이었다는 점 등 국경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승패를 떠나 서로에게 큰 힘이 됐다"며 "'나도 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를 응원할게. 너도 나를 응원하고 있어'라고 하는 사이 우리가 나라를 위해 뭔가를 했던 사람이란 게 느껴졌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의 공식 초청으로 뒤셀도르프를 방문 중인 유을상 대한민국상이군경회장은 이날 이 선수를 비롯한 우리 선수단과의 만찬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며 "부상없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참가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회장은 앞서 오전엔 미국의 상이군인 재활체육프로그램 운영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파스칼 미 육군 훈련·교리 사령부 부참모장과 만나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상이군인들의 재활체육 발전을 위한 교류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특히 △'인빅터스 게임'의 모태가 된 미국 '워리어 게임'에 우리나라가 참가하는 데 적극 협력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내년 6월 미 올랜도에서 열리는 '워리어 게임'에 선수·임원 등 참관단으로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대회부턴 공식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할 전망이다. 국제 상이군인 스포츠대회를 대표하는 '인빅터스 게임'과 '워리어 게임'에 모두 초청받아 참가하는 나라는 아시아권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워리어 게임'은 상이군인의 재활과 인식 개선을 위해 미 국방부가 매년 주최하는 국제 상이군인 체육대회다. 워리어 게임은 양궁·사격·사이클·육상·수영 등 10개 종목으로 진행되며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우크라이나 등 동맹국 상이군인 대표 300여명이 참가한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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