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가 지진으로 고통받는 사이…이웃 리비아는 홍수로 1만여명 실종
무정부 상태 리비아 구조 활동 손 놓아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규모 6.8 강진이 강타한 가운데 이웃국가 리비아에선 11일(현지시간) 폭풍우로 댐이 붕괴되면서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현재 실종자가 1만여명에 달해 이번 물난리로 수천여명이 사망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2011년 사망한 이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지며 국가 기능이 마비된 리비아는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을 펼치지 못한 채 국제사회 지원만 바라보는 신세가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타메르 라마단 국제적십자연맹 리비아 특사는 이번 홍수로 인해 1만여명이 실종됐다고 12일 밝혔다. 그는 “사망자 수가 엄청나며, 앞으로 며칠 안에 수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리비아 당국은 가장 피해가 컸던 북동부 데르나에서만 2300여명 이상이 사망하고 50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했다. 리비아 동부 정부의 보건부 장관인 오스만 압둘잘릴은 “재앙적 상황”이라며 “병원은 이미 시신으로 가득 찼고, 많은 시신이 도시 곳곳에 방치되거나 바다로 떠내려가고 있다. 구조대가 닿지 못한 지역도 있다”고 말했다. 동부를 통제하는 행정부 한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지금까지 1000구 이상의 시신이 수습됐다고 말했다.
리비아를 휩쓴 폭풍은 토네이도를 동반한 ‘대니얼’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니얼은 전날 리비아에 상륙하기 전 그리스와 튀르키예, 불가리아 등을 관통하며 12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후 대니얼은 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벵가지를 비롯해 데르나, 샤하트, 베이다 등 북동부 지역을 강타했다.
특히 마을이 통째로 휩쓸린 데르나의 피해가 극심했다. 데르나 인근 댐 두 곳이 무너지면서 도시에 엄청난 양의 물이 들이닥쳤고,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그대로 떠내려갔다. 리비아 동부 의회가 지명한 오사마 하마드 총리는 “실종자 상당수가 상류 댐 두 개가 터지면서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데르나의 피해는 정부의 수습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압둘잘릴 장관도 “국제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데르나로 향하는 모든 도로도 물에 잠겨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데르나에서 불어난 물을 피해 차량 위로 올라가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 외에 벵가지에선 최소 150명이 숨졌고, 베이다에서도 최소 50명의 사망 소식이 보고됐다. 하지만 CNN은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주요 도시 전기와 통신이 대부분 끊겨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구조 활동에 나서야 할 리비아 당국이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카다피를 축출한 뒤 지금까지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져있다. 유엔과 서방이 인정한 과도정부 리비아통합정부(GNU)는 서부를,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은 동부를 나눠 통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가 큰 데르나는 오랜 기간 이슬람국가(IS) 지배 하에 있었다.
동부가 앞세운 하마드 총리는 이날 데르나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GNU의 압둘하메드 드베이바 총리도 같은 조처를 내렸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통치엔 전혀 관심이 없는 두 정부 정치 시스템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SNS를 통해 “리비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구호대를 파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구조 활동을 펼치던 적신월사 대원도 불어난 물에 휩쓸려 익사하는 등 실종자 수색 작업에도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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