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소재, 현대적 재탄생… 시대와 장르 간 경계 허문다

유승목 기자 2023. 9.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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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예술 세계가 담긴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막을 내리자마자 미술 애호가들이 벌써부터 '미술 금단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동시대의 미술을 이끄는 국내외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려면 꼼짝없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청담동과 한남동, 삼청동에 자리 잡은 미술관과 화랑으로 발품을 팔면 프리즈에서 봤던 '억' 소리 나는 작품과 재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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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展
초기~신작 130여점 대거 출품
리움서 韓 작가 네번째 개인전
정간보에서 착안한 초기작 ‘井’
삼라만상 어우러진 풍경화 ‘산’
동양화로 출발해 예술세계 확장
강서경 ‘정井-버들 #22-01’, 2020-2022,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인 정간보 기호를 참조한 모양으로 소리와 움직임을 담아내는 틀이자 시간과 서사의 작동 방식을 제시하는 개념적 구조로 형상화했다. 리움미술관 제공

거장들의 예술 세계가 담긴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막을 내리자마자 미술 애호가들이 벌써부터 ‘미술 금단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동시대의 미술을 이끄는 국내외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려면 꼼짝없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명실상부 아시아 미술 허브로 자리매김한 서울의 ‘아트 캘린더’는 연중무휴다. 청담동과 한남동, 삼청동에 자리 잡은 미술관과 화랑으로 발품을 팔면 프리즈에서 봤던 ‘억’ 소리 나는 작품과 재회할 수 있다. 프리즈 서울에서 인기를 끈 강서경과 애니시 커푸어의 만남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리움에선 지난 7일부터 강서경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가 열리고 있다. 초기 대표작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 일군 신작까지 출품작만 무려 130여 점에 달하는 대규모 전시다. 프리즈 기간에 맞춰 서울을 찾은 해외 컬렉터들에게 한국 미술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국내 작가로만 미술관을 채운 리움이 내세운 ‘히든카드’다.

리움이 한국 작가의 개인전을 연 것은 지금까지 서도호, 양혜규, 김범까지 단 세 번에 불과했단 점에서 강서경이 현재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실제로 강서경의 작품은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티나킴 갤러리가 내걸어 주목받았고, 국제갤러리는 약 1억 원에 달하는 금액에 ‘판매 완료’ 딱지를 붙이기도 했다.

리움미술관 로비에 마련된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동양화를 그리는 화가로 출발한 강서경은 자신의 예술 세계를 끝없이 확장해 왔다. 한국화부터 조각, 설치, 음악, 영상, 퍼포먼스까지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거듭했다. 한국의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한 개념적 고민이 낳은 결과다. 초기작인 ‘정井’은 조선 시대 유량악보 정간보(井間譜)의 ‘우물 정(井)’ 자 모양의 사각틀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음의 길이와 높이를 표기해 넣은 정간을 소리와 움직임, 시간과 서사를 담아내는 개념적 틀로 차용한 게 특징이다.

곽준영 리움 전시기획실장은 “많은 작가가 전통을 소재로 쓰지만 재료만 가져다 쓰거나 주제만 현대로 바꾸는 등 한계가 있다”면서 “강서경은 전통이 가진 철학적인 시대적 에센스를 조형미를 통해 현대적으로 풀어내 오히려 전통에서 소재로 삼은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산’ 연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이 담겨 삼라만상이 어우러진 세상이 느껴진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매료된 강서경은 지금도 서촌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매일같이 인왕산을 바라본다. 그는 “학생 때부터 인왕제색도 같은 산수화를 보면서 당시 사람들이 바라본 풍경이 현대미술 공간으로 온다면 그때와 지금의 스토리가 교차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강서경의 전시에는 워낙 많은 작품이 나온 탓에 산만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강서경은 더 많은 작품을 넣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2년여간 투병한 후 여전히 항암 치료를 받으며 느낀 함께하는 미술에 대한 개념을 풀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무엇일까 생각했다”면서 “이번 전시는 수만 마리 꾀꼬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얘기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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