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움과 불쾌함, 모순적 공존… “21세기 가장 선구적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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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의 영국 작가 애니시 커푸어는 '21세기 가장 선구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커푸어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도 왜 미술 '큰손'들이 자신에게 열광하는지를 증명한 셈이다.
커푸어의 조각은 극도로 기괴한 게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극도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 있을 정도로 종잡을 수 없다.
커푸어 하면 떠오르는 '반타블랙'을 활용한 조각들도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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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의 영국 작가 애니시 커푸어는 ‘21세기 가장 선구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에서 우고 론디노네와 함께 유수의 해외 갤러리들이 커푸어의 작품을 선보인 이유다. 갈레리아 콘티누아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참가해 커푸어의 작품을 10억 원 안팎의 거액으로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다. 커푸어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도 왜 미술 ‘큰손’들이 자신에게 열광하는지를 증명한 셈이다.
국제갤러리는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점 전관에서 커푸어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이미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진 적이 있지만, 관람 수요는 여전하다. 보고 또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함이 있기 때문이다. 커푸어의 조각은 극도로 기괴한 게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극도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 있을 정도로 종잡을 수 없다. 그의 작품이 들어찬 전시장은 경이로움과 불쾌함이 공존한다.
커푸어가 추구하는 핵심은 ‘물질’이다. 그는 “핵심은 무엇이 물질적이며 무엇이 그 물질을 초월하는지 질문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모든 작가가 하는 일의 본질이자 미술의 주요한 방법론적 지향점”이라고 밝힌다. 국제갤러리 K2관에 걸린 회화 작품들은 그의 이런 문법을 농축한 하이라이트다. 그가 즐겨 쓰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회화와 조각을 볼 수 있다. 유화와 유리섬유, 실리콘으로 제작돼 날것의 상태를 보이는 작품은 유혈이 낭자한 살인 사건 현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원초적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도 신화에 나오는 칼리 여신이 혓바닥을 늘어뜨린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온 ‘Tongue’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가 빚은 이 기이한 조각은 창조와 파괴가 교차하는 듯하다.
커푸어 하면 떠오르는 ‘반타블랙’을 활용한 조각들도 전시됐다. ‘세상에서 가장 검은 색깔’로 불리는 반타블랙은 99.6%의 빛을 흡수하고 소리마저 먹어 치운다. 직접 사용권을 취득한 커푸어만 쓸 수 있는 색깔로 그는 이 검은색을 통해 마치 블랙홀처럼,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물질을 형상화하고 현존과 부재를 동시에 구현한다. 분명히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조각이지만, 정면에서 보면 조각 모양이 완전히 지워져 있는 독특한 경험이 가능하다. 칼리 여신의 새빨간 혓바닥처럼 강렬하진 않지만, 이 뒤틀어진 검정 오브제들은 날 선 빨강 이미지 못지않게 잔혹하다. 전시는 10월 22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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