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의 법칙'후 전국구 인기"김예지 의원"어항에 갇힌 아이들,강물로 내보내는 통합교육X통합체육 변화 시급"[진심인터뷰]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의원이 지난 6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장애인 정책을 주제로 대정부질의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김예지의원실

사진제공=김예지의원실

"많은 국민들이 정말 큰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9월초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601호에서 김예지 의원(국민의힘)과 마주했다. 지난 6월 국회 대정부 질문 얘기가 빠질 수 없었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출신 김 의원이 언급한 '코이의 법칙'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오래 회자됐다. '작은 어항 속에선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선 30㎝, 강물에선 1m가 넘게 자라나는 물고기 코이' 비유를 통해 장애인 정책에 대해 할 말을 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 주시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에 여야 불문, 뜨거운 공감의 박수가 쏟아졌다.

국민은 일 잘하는 국회의원을 바로 알아본다. 길에서 먼저 인사하는 이들도 늘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2대 국회에도 꼭 도전하라'는 국민들의 응원도 쏟아지고 있다. 김 의원은 "국회에 들어온 이후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액수의 후원금이 통장으로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국민들께서 큰 응원을 보내주셨다. 이름도 모르는 분들이었다. 기부금 상한액인 500만원을 보내주신 분들도 계셨다"고 했다.

김예지 의원과 그녀와 늘 동행하는 시각장애 안내견 조이. 사진=스포츠조선 DB

▶"장애인 문화, 예술, 체육 위해서라면" 3년간 150여건 법안 발의

그녀는 속시끄러운 정치판에서 보기 드물게 맑고 청량한 정치인이다. '열일의 아이콘'이라는 별명대로 지난 3년간 무려 150여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문화, 예술, 체육과 장애인을 대표하는 비례대표로서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기본을 지키는, 몇 안되는 의원이다. 대정부 질문을 통해 재발견됐을 뿐 그녀는 늘 그 자리에서 할 일을 해왔다. '코이의 법칙'이 이슈가 되면서 진위 논란까지 일었지만 김 의원은 "사실 코이의 법칙은 카네기가 강연에서 인용했던 것이다. 제가 생물학자, 해양수산업자도 아닌데 물고기를 어떻게 완벽하게 알겠느냐"며 웃었다. "그날 야심차게 질의한 장애인 정책 메시지, 총리님께 질의했던 장애인 복지 통합 컨트롤 타워, 거버넌스 문제와 법무부 장관님께 질의한 장애인 학대 피해자를 돕는 법 관련 이슈들이 더 부각되지 못한 건 아쉬웠다"고 했다. "내용은 어디 가고 '코이'만 남았더라"고 뼈있는 농담을 했다. 하지만 그날의 메시지가 국민적 장애 인식 개선,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끌었고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용기가 됐다는 말엔 고개를 끄덕였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 긴축 재정을 선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9일 발표된 정부 예산안에서 장애 관련 예산은 최대한 유지하거나 늘었다. 소외 계층, 약자를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고 했다. 장애인체육의 경우 올해 대비 164억원(19.8%) 증액된 992억원이 책정됐다. 김 의원은 "작년에도 문체부 전체 예산은 9% 줄었지만 장애 관련 예산은 10% 늘었다. 올해도 장애인 관련 예산은 국회 문체위에서 철저히 챙기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문화, 예술,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본연의 임무를 한시도 잊은 적 없다. "저는 이걸 하기 위해 국회에 왔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윤 정부의 국정과제인 만큼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지 의웡은 지난해 11월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장애-비장애학생들의 어울림 축제 제1회 서울림운동회에 직접 참석해 참여학생들을 향한 따듯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스포츠조선 DB

▶모두의 서울림운동회, '갇힌 어항'에서 '열린 강물'로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스포츠조선과 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주최하는 장애-비장애학생들의 어울림 한마당인 '서울림운동회'를 현장 직관했다. 또 팬을 자청했다. 내달 28일 서울대종합체육관에서 열릴 제2회 대회를 앞두고 김 의원은 "서울림운동회는 첫 회부터 성황리에 개최됐다. 서울림운동회 이후 기업이 주최하는 테니스 대회도 생겼다. '서울림'이 시초가 됐다. 현장에서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긍정적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서울림운동회는 우리가 바라는 미래사회의 축소판"이라면서 "장애, 비장애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학교체육을 통해 이런 계기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고, 학교체육뿐 아니라 더 어린 유아들을 위한 놀이 문화도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림운동회가 사회에 더 큰 울림을 주는 견고한 대회로 자리잡길 바란다"는 기대도 함께 전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장애학생 학습권 보장 강화를 위한 교육개혁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체 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장애학생 수는 증가 일로다. 장애학생의 70%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니는 현실 속에서 통합교육, 통합체육의 질을 높이는 일은 더 미뤄선 안될 국가적, 시대적 과제다. 김 의원은 특수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준비중이다. 김 의원은 "어항에 갇힌 우리 아이들을 강물로 내보내야 한다"면서 다시금 '코이의 법칙' '모두의 학습권'을 언급했다. "시그널을 주기 위해 급진적 개정안을 내놓을 것이다. 당장은 예산이 없고 불가능하단 이야기가 또 나오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더 강하게 할 때가 됐다."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으로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의원은 미국 유학 당시 경험도 소개했다. "미국 대학원에 다닐 때 '유니버설 디자인 러닝(UDL, Universal Design Learning)'은 기본이었다. 학습목표는 몇 % 같은 정량적 목표가 아니었다. 다양한 상황을 열어놓고 누가 얼마나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에 논점이 있었다"면서 "특수교육 대상자를 분리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해 어떤 파트라도 한 반을 이루는 걸 목표 삼았다. 우리도 교원 양성 때부터 특수교사가 아니더라도 모든 교사들이 장애, 비장애학생 모두를 고려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장 교사, 지도자들의 가치관의 변화, 일할 사람들을 키워내는 과정, 학교 환경 등이 갖춰져야 비로소 진정한 통합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 때로 따끔한 지적도 하지만 잘하는 일엔 칭찬 '피드백'을 아끼지 않는다. "교육학에서도 배우듯 긍정적인 피드백은 매우 중요하다"더니 "시각, 청각장애인이 안전하게 식품 및 화장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점자 표기' 등을 의무화하는 약사법, 식품광고법 개정안과 관련, 2024년 시행인데도 벌써부터 솔선수범하는 기업, 기관들이 정말 많다. 스포츠관람권 3법과 관련해서도 KBO 허구연 총재님이 적극 나서주셨다. 시각장애인들이 야구장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일일이 언급했다.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보다 앞서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정치인의 진정한 덕목"이라면서 "저는 장애 당사자이고 이 일을 마땅히 해야 할 사람이지만 이런 변화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함께 움직여주신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지난 봄 마라톤 첫 도전으로 화제가 된 김 의원은 국정감사 직후인 11월 10㎞ 마라톤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곧 몸만들기에 들어간다고 했다.

'체육인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메시지는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준비에 한창인 국가대표들을 향한 응원이었다. "모든 선수들은 이미 우리 마음속 영웅이십니다. 그간의 노력과 땀방울은 이미 우리 마음속 메달입니다. 여러분의 축제인 만큼 맘껏 즐기시길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국회의원회관(여의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