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경영 공백 해결했지만 남은 과제는 여전히 ‘첩첩산중’
(시사저널=이석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T호(號)의 새 사령탑이 결정됐다. 김영섭 전 LG CNS 대표가 주인공이다. 그는 8월30일 열린 KT 임시주주총회에서 99.61%의 압도적 찬성률로 새 대표에 선정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낙하산 논란도 제기된다. 그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이다. 때문에 차기 CEO 3인의 숏리스트가 공개된 지난 7월부터 뒷말이 적지 않았다.
CEO 교체되자마자 대규모 구조조정설
하지만 KT 안팎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새 대표 선임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다. 연임 도전에 나섰던 구현모 전 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내부 카르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대표이사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다음 후보로 나선 윤경림 전 사장 역시 정기주총을 나흘 앞두고 사퇴했다. 이후 KT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는 사이 KT의 실적과 주가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왔다. 김 대표가 9개월여간 이어온 악순환을 끊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KT가 ICT 대표기업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임 대표에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도 현재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장 검찰 수사가 부담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8월28일 KT 본사와 자회사인 KT클라우드, 오픈클라우드앱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KT 자회사인 KT클라우드가 지난해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를 정상가보다 비싸게 매입한 혐의였다. 검찰은 이 거래가 2019~21년 구현모 전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던 기업을 현대차그룹이 매입한 데 따른 '보은 투자' 성격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김 대표는 취임 이틀 만에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과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신현욱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 등을 보직 해제한 것이다. 이들 중 2명은 '이권 카르텔'에 연루된 인사다. KT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구 전 대표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1명은 일감 몰아주기에 연루돼 있다. 시기가 빠르기는 했지만 새 대표 체제에서 단행된 '핀셋 인사'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것이 KT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현재 윤경림 전 사장의 주거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의 칼날이 경영진 비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구 전 대표와 윤 전 대표 등을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일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김 대표가 조직 기강 확립 차원에서 대규모 물갈이 인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재무통'으로 구조조정 전문가였다. 그는 1984년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한 후 40여 년간 LG그룹에 몸담은 정통 LG맨이다. LG유플러스 CFO와 LG CNS 대표 등을 거치면서 재무와 구조조정 업무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 때문에 업무 파악이 끝나는 대로 KT의 대규모 물갈이 인사와 함께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당장 KT의 주가가 요동쳤다. 최근 3년간 KT 실적은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매출은 2020년 23조9167억원에서 지난해 25조6500억원으로 7%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조6901억원과 1조3877억원으로 각각 42.7%와 97.3% 증가했다. 구현모 전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이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KT 안팎에서는 평가한다.
주가 흐름도 마찬가지였다. 9월6일 종가 기준으로 KT의 주가는 2만3500원에서 3만2050원으로 3년 만에 36.4% 상승했다. 주가 상승 흐름은 CEO 경영 공백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말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이후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1년 전 4만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7월말 3만원을 오르내렸다. 8월초 김 대표가 최종 후보에 오르자 주가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김 대표 취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나돌면서 주가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한 상태다.
김 대표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무리한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석채 전 회장은 2009년 취임하면서 'All New KT'를 선언했다. 검사 출신 인사를 영입하면서 내부 기강 확립에도 나섰다. 100명이 넘는 KT 직원이 검찰에 고발됐다. 지사 한 곳이 사실상 공중분해될 정도였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 회장 취임 이후 KT의 영업이익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내기도 했다.
KT 측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을 것"
바통을 이어받은 황창규 회장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통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겠다"면서 알짜 회사인 KT금호렌터카마저 매각했다. 조직 슬림화에도 나섰다.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하면서 1조200억원의 일회성 인건비가 그해 영업비용에 반영됐다. 하나증권은 "김 대표 체제에서 희망퇴직이 단행되면 최대 5000억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의 당기 비용이 4분기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민심 이반이 시작된 소액주주와 직원들을 달래면서 주가와 내부 기강을 다잡는 것이 김 대표의 또 다른 숙제가 될 것으로 통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신임 대표는 직원들과 만나 함께 혁신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을 강조해 왔다"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규모 희망퇴직과 같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당분간 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임 대표는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되면서 핀포인트 인사를 단행했지만 추가 인사 계획은 당분간 없다"면서 "연말 정기인사 때 직원의 성과와 역량을 반영해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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