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따라 우수수" 탈모인 떠는 가을…머리 감을 때 '이것' 필수
가을은 탈모의 계절이다. 모발은 털이 자라는 '성장기', 상태를 유지하는 '휴지기', 두피에서 빠지는 '퇴행기'를 거친다. 여름철 자외선과 땀, 먼지로 인해 휴지기에 들어가는 모발이 많아진다. 이후 100일 정도가 지난 가을철은 퇴행기에 속해 실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일조량이 변화하면 남성 호르몬이 증가하는데 이것이 '가을 탈모'를 유발하기도 한다"며 "차갑고 건조한 날씨도 모발을 건조하게 하고 두피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탈모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탈모는 유전과 환경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수술이나 전신질환을 앓고 난 후에 발생하는 휴지기 탈모증, 항암 방사선 치료에 따른 생장기 탈모증, 동그란 형태가 특징인 원형 탈모증 등 종류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유전자와 남성 호르몬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안드로겐(남성형) 탈모증'에 해당한다. 남성 호르몬이 모낭에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바뀌면서 탈모를 야기한다. 이마의 양쪽 끝부분이 올라가면서 M자 형태를 보이고 정수리 쪽 머리카락은 빠지지만, 뒷머리는 풍성하게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탈모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찾아온다.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탈모인지 스스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빠진 머리카락 개수를 세어보는 것이다. 인간의 모발은 약 10만개 정도로 정상적으로는 하루 50~60개 정도가 빠지는데 이보다 2배가 넘는 100개 이상이 빠지면 탈모의 '신호'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탈모가 진행되는 부위는 3~6년 정도인 성장기가 점점 짧아져 길게 자라는 성숙 털이 줄고 얇은 솜털이 느는 '소형화'(miniaturization) 현상이 관찰된다"며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많이 빠지고, 가늘어지면서 쉽게 끊어지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간을 정해두고 몇 차례 빠진 머리카락 개수를 세고 평균을 내면 좀 더 정확히 탈모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둘째, 가족력이 있는지 확인한다. 부모나 조부모, 형제 가운데 모발이 가늘거나 숱이 많이 주는 등 탈모를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탈모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셋째, 헤어라인과 정수리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김 교수는 "이마, 정수리는 탈모가 시작되는 부위로 정기적으로 사진을 찍어 모발의 변화를 비교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며 "이때 모발의 밀도와 굵기를 함께 체크하면 조기 대처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았을 때 뒷머리보다 앞, 윗머리의 모발이 확연히 준 게 느껴져도 탈모를 의심해볼 수 있다.
탈모를 유발하는 유전적인 요인은 바꿀 수 없지만, 환경적인 요인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우선 스트레스는 모발 건강의 '적'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모발 성장을 지연시키고 두피의 혈액순환이 막혀 모발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불균형, 과식으로 인한 비만도 모두 경계해야 한다. 김 교수는 "동물성 기름에 많은 포화지방은 혈중 남성 호르몬의 농도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킨다"며 "당분이 많은 음식도 인슐린 분비를 늘려 필수지방산인 아라키돈산을 만드는 데 이는 남성 호르몬의 재료로 쓰여 탈모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생선, 콩, 채소, 과일이나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하는 녹차는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두피가 건조하지 않도록 물도 충분히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평소 모발과 두피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헤어스프레이나 젤, 왁스 등은 너무 많이 사용하지 말고 염색, 코팅, 파마도 가급적 자제하는 게 좋다. 두피를 손톱으로 박박 긁는 대신 마사지하듯 머리를 감고 비누 대신 샴푸를 쓰되 컨디셔너나 트리트먼트도 꼭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컨디셔너 자체가 손상된 모발을 회복시켜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자외선으로부터 모발을 보호하고 정전기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모발의 장력을 증가시켜주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 트리트먼트는 두피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주는 만큼 남성도 꾸준히 사용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목과 어깨 스트레칭, 마사지도 꾸준히 실천하면 두피 건강에 도움이 된다.
탈모는 의학적으로 약물·수술로 치료한다. 약물은 남성 호르몬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하거나 두피의 혈관을 확장해 탈모 진행을 막는다.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졌다면 유전적 영향을 받지 않는 옆머리와 뒷머리의 모발을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 모발이식술을 적용해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이식한 모발은 영구적으로 탈모가 일어나지 않지만, 모발이식 수술을 하지 않은 부위에서는 탈모가 발생할 수 있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식 수술 후에도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며 "탈모의 진행 정도, 환자의 나이, 향후 진행 정도를 예상해 치료법을 선택해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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