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두산로보틱스로 알아보는 IPO A to Z
복수 주관사일 경우 경쟁률 낮은 곳 찾아야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기지개를 켜면서 IPO 시장에 훈풍이 불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오랜만에 등장하는 조 단위 대어(大魚)에 두산로보틱스의 모회사인 두산은 물론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같은 로봇 관련주의 주가도 오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외에도 밀리의 서재와 서울보증보험 등도 줄줄이 상장을 준비 중이라 공모주 시장에 새 바람이 들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IPO 시장이 살아난다는 흐름만으로는 상장 기업의 주가가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현재 내는 이익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전날부터 오는 15일까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한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이란 IPO 업무를 주관하는 증권사(주관사)가 자산운용사(기관 투자자) 등에 상장 예정 기업에 대해 투자할 것인지 묻고, 투자한다면 매입을 원하는 주식의 수량과 가격을 듣는 절차다. 이는 해당 종목이 실제 증권 시장에 상장했을 때의 주가 등락을 점칠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기관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또 높은 값을 부를수록 해당 기업은 상장 첫날 상승 마감할 확률이 높다. 정보가 빠삭한 기관들이 그 기업의 미래가 유망하다고 판단해 투자처로 택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단계에서 18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은 이차전지 장비 전문 기업 필에너지는 상장 첫날 237.06% 상승 마감했다. 인기 있는 종목은 필에너지처럼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찍는다. 반면 지난해 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56.07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6.07% 낮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기관 투자자의 수요 예측 경쟁률을 보고 공모주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공모가액, 즉 투자자가 해당 기업의 공모에 참여할 때 내야 하는 주당 가격은 기관 투자자의 수요 예측 단계에서 결정된다. 필에너지처럼 경쟁률이 높다면 회사가 희망하는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결정되며 이 반대라면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정해지기도 한다. 현재 두산로보틱스가 희망하는 공모가 범위는 2만1000~2만6000원이다.
새롭게 상장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개인 투자자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 이후에 진행되는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 참여하면 된다. 청약은 주관사에 방문하거나 주관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신청할 수 있다. 어떤 증권사가 해당 기업의 주관사를 맡았는지는 증권신고서에 써 있다.
두산로보틱스를 예로 들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키움증권, 신영증권, 하나증권, 유비에스증권 등 총 9곳의 증권사에서 청약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인수 수량이다. 인수 수량은 해당 증권사가 청약한 투자자에게 배분할 수 있는 물량을 뜻한다.
과거엔 복수의 주관사가 붙는 IPO의 경우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배정 물량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여러 증권사 계좌를 개설해 중복 청약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법 개정으로 IPO 공모주 청약 시 중복 배정이 제한되면서 청약할 증권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기 위해서는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를 통해 청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수 수량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경쟁률이 낮은 것은 아니다. 많은 인수 물량을 노리고 투자자들이 특정 증권사에 몰리면 경쟁률은 오른다. 청약은 통상 이틀에 걸쳐 진행되기에 첫날 경쟁률을 보고 증권사를 선택하면 같은 자금으로도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투자금액이 크지 않다면, 균등 물량을 확인해 봐야 한다. 공모주는 절반은 청약자 수에 비례해 나눠주고, 나머지 절반은 공모 투자금이 큰 순서대로 배분한다(균등 + 비례 배분 방식). 청약 경쟁률이 높은 증권사라고 해도 청약자가 적다면(해당 주관사에 고액 자산가가 많은 경우) 소액 투자자는 해당 증권사에 청약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청약을 하면 50%는 증거금으로 묶인다. 가령 두산로보틱스의 공모가가 2만6000원에서 확정됐고 개인 투자자가 100주를 청약했다면 (2만6000*100)/2인 130만원을 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더 많은 증거금을 낼수록 더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다면 앞에서 짚었듯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증권사를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투자법이 될 수 있다.
100주를 신청했다고 100주를 다 받는 건 아니다. 인기가 많은 기업이면 1주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운 좋게 1주가 당첨됐다면 나머지 금액(130만원-2만6000원)인 127만4000원은 며칠 뒤 환불된다.
IPO 기업 투자의 기본 전제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다. 증거금을 높이고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를 찾아 청약을 하더라도 기업의 펀더멘털이 약하면 말짱 꽝인 이유에서다. ‘묻지마 IPO’가 아닌 기업 분석을 충분히 거친 뒤에 청약을 신청해야 투자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때의 길잡이는 에프앤가이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증권사의 리포트다. 조은애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는) 고객사 니즈에 적합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협동 로봇 시장의 높은 성장률과 동행한다”며 “시장점유율도 높이는 차별화된 매출성장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회사에 대해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경기 침체로 일시적인 실적 둔화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빠르면 올해 하반기 이후 실적 흐름의 반등을 기대한다”고 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은 오는 21~22일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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