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안 봐도 본 것 같죠?[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그게 맞습니다.
실화의 힘을 어떻게 이기느냐는 말은 하지 말자. 실화의 힘을 살리는 영화가 될 수 있었음에도 초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이도 저도 아니게 108분을 채운다. 10년 전 쓰였을 법한 흥행 공식을 그대로 적용한,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이다. 안 봐도 본 것 같은 우려가 든다면, 말리진 않겠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 서윤복(임시완)과 그를 이끄는 감독 손기정(하정우), 남승룡(배성우)의 도전과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등 히트작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의 차기작으로, 1947년 보스톤 국제 마라톤 대회 당시 실화를 스크린에 재현한다.
훌륭한 이야기를 촌스럽게 다룬다. 1947년 실화를 2004년 연출법으로 보여준다. 드라마인지, 스포츠물인지 장르의 노선부터 정확히 정하고 이야기를 짜임새있게 배치해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다른 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기능적으로만 활용되는 캐릭터들이나 필요없는 전사들을 깨끗하게 잘라내지 않고 모두 아우르려하니 초반부터 김이 샌다. 이때문에 스포츠물로선 속도감이 없고, 드라마로선 힘이 없다. 영화를 작품 아닌 콘텐츠로 소비하는 눈치 빠른 관객에겐 통할 리가 없다.
회상신이 잦은 것도 덜컥덜컥 걸리는 이유 중 하나다. 서윤복과 엄마의 전사가 중요했지만, 이를 처리하는 방식이 세련되지 못해 오히려 신파처럼 비칠 수 있다. 또한 보스톤으로 가기까지 두어번의 중요 갈등도 촘촘하지 않고 손쉽게 풀려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메인 BGM도 누군가에겐 ‘불호 포인트’일 수도 있다.
시사회 당시 문제였는지 모르지만, 사운드의 편차도 심하다. 야외 촬영 장면 곳곳에서 현장음에 눌려 인물들의 대사가 안 들린다. 기를 쓰고 들어야하는 탓에 몰입이 종종 깨진다.
그나마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 건 서윤복 역의 임시완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힘에 그만의 기세를 더해 몰아붙인다. 특히 극 중 ‘손기정’과 으르렁거리며 신경전을 벌이는 구간에선 그의 에너지가 빛난다.
하정우와 배성우의 앙상블도 나쁘지 않다. 손기정과 남승룡의 ‘우정’를 담백하게 보여준다. 오는 27일 개봉.
■고구마지수 : 2.5개
■수면제지수 : 3.8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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