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 “북·러 정상회담, 무기거래 마지막 단계 가능성”

미국 국무부 고위인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지원이 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박 국무부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부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개최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 “(정상회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용하기 위한 상당하고 다양한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공급받는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한 일련의 대화에서 마지막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잠재적 거래에는 러시아의 방위산업에 도움이 되는 원자재 제공도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박 국무부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부대표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개최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특파원 공동취재단

박 부대표는 “국제사회는 이러한 도발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대한 무시 행위에 단호히 맞서고 있다”면서 “실제로 북한의 도발을 포함한 역내 도발은 미국과 한국의 결의를 더욱 강화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대표는 이어 “북한의 공격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우리는 갈등을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회담 결과에 대한 전제 조건 없이 긴장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북한과) 논의하고자 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분명히 밝혀왔다”면서 “안타깝게도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북한에 손을 내밀고 북한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나설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대표는 기조연설에 이어진 대담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간의 전략적 연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밝혀왔다”면서 “우리는 지난 2년 반 동안 북한의 성명에서 이를 확인했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문제에 대해 모스크바와 베이징에서 나오는 앵무새 같은 이야기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이 역내 두 파트너에게 어느 정도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 “북한에서 러시아로의 어떤 무기 이전도 다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우리는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슈 밀러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개전 시에는 이길 것으로 예상했던 전쟁과 관련해 국제적인 왕따(pariah)에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자국 영토를 가로질러 여행하는 것을 저는 ‘지원에 대한 구걸’이라고 규정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는 이번 (북·러 정상) 회담의 결과를 매우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