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종목소개 (22) 세팍타크로·카바디

이대호 2023. 9.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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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하는 배구' 세팍타크로, 21년 만의 AG 금메달 정조준
'코트 위의 술래잡기' 카바디는 숨은 효자 종목
세팍타크로의 화려한 공격 기술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세팍타크로는 국내에서 생소한 종목 가운데 하나지만, 경기 방식은 무척 익숙하다.

총 3번의 터치 안에 바운드 없이 상대 네트로 넘겨야 하는 점은 배구와 비슷하고, 발로 화려한 공격을 펼치는 건 족구와 닮았다.

쉽게 말해 '발로 하는 배구'라고 해도 크게 무방하다.

대신 시속 100㎞를 넘나드는 '시저스킥'(가위차기) 공격과 '롤링킥'(회전차기)은 세팍타크로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매력이다.

말레이시아어로 '세팍'(발차기)과 태국어 '타크로'(공)의 합성어인 세팍타크로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서로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하며 각각 '세팍'과 '타크로'를 해당 종목 명칭으로 밀어붙이자 두 단어를 붙인 '세팍타크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역대 대회에서 나온 39개의 금메달 가운데 38개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휩쓸었다.

그중 종주국은 태국이다.

2022년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획득한 세팍타크로 한국 여자 레구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태국은 역대 대회에서 금메달 26개를 휩쓸었고, 직전 대회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출전한 4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태국의 뒤를 미얀마(금메달 5개), 말레이시아(금메달 4개), 베트남(금메달 2개), 인도네시아(금메달 1개)가 잇는다.

우리나라 군부대와 여름철 '가든'에서 축구공과 네트만 있으면 족구 경기를 하는 것처럼, 동남아시아에서는 세팍타크로를 즐긴다.

'비(非) 동남아시아 국가'로 유일하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2002년 부산 대회 남자 서클(제기차기처럼 둥글게 서서 다양한 기술을 펼치며 딴 점수를 합산하는 세부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던 한국은 21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팍타크로는 오는 24일부터 10월 7일까지 진화 스포츠 센터 체육관에서 열린다.

총 금메달 개수는 6개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같지만, 남자와 여자 모두 금메달 3개씩으로 배분이 바뀌었다.

올해 대전에서 열린 세팍타크로 월드컵 한국-대만전 [연합뉴스 자료사진]

직전 대회에서는 남자 4개, 여자 2개의 금메달이 걸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두 명이 출전하는 단체전인 '남자 팀 더블' 종목이 사라진 대신 '여자 레구'(3인조 경기)가 부활했다.

세팍타크로는 종주국 태국의 금메달 독식을 막기 위해 국가당 남녀 각각 2개 종목에만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은 남자 쿼드(4인조)와 팀 레구, 여자 레구와 팀 레구에 출전한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여자 팀 레구 은메달, 남자 레구 동메달을 땄던 한국은 이번에는 금빛 낭보를 전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결승전에 출전한 한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팍타크로처럼 카바디도 아시아만의 색채를 진하게 드러내는 종목이다.

인도의 전통 놀이에서 유래한 카바디는 힌두어로 '숨을 참는다'는 뜻이다.

경기 방식은 공 없이 하는 피구에 술래잡기를 결합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남자는 10mX13m, 여자 8mX12m의 경기장에서 각 팀당 7명씩 선수가 진영을 나눠 선다.

공격권을 가진 팀에서 '레이더'로 불리는 선수 한 명이 상대 코트에 들어가 '안티' 수비 선수들을 터치하고 무사히 돌아오면 득점한다.

한 명을 터치할 때마다 1점씩 얻고, 손과 발 어디를 쓰든 무방하다.

레이더는 상대 코트에 들어간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쉴 새 없이 '카바디'라고 구호를 외쳐야만 한다.

만약 구호를 멈추면 점수와 공격권을 내줄 만큼 이 종목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고, 그래서 종목 명칭도 '카바디'다.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기에 민첩성과 근력이 중요하고, 상대 진영에서 쉴 새 없이 '카바디'를 외칠 심폐 지구력도 중요하다.

여자 카바디 국가대표 우희준 [연합뉴스 자료사진]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카바디는 종주국 인도가 최강국이다.

인도는 초대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카바디에서 나온 금메달 9개를 독식했다.

그러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남자 동메달, 여자 은메달로 체면을 구겼다.

대신 이란이 남녀 금메달을 모두 차지해 새로운 카바디 강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인도 프로리그에서 맹활약했던 이장군을 앞세워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남자 종목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인지도는 낮아도, 나름 효자 종목 가운데 하나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 여파로 인도 프로리그가 중단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1년 연기되며 한국 카바디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번 대회는 미스코리아와 파병 장교 출신 이력으로 주목받은 우희준을 앞세워 사상 첫 여자 종목 메달을 노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남녀 금메달이 1개씩 걸렸고, 10월 2일부터 7일까지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카바디 은메달을 딴 한국 남자 대표팀 [연합뉴스 자료사진]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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