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중흥’ 이룬 베이비붐 세대에 마지막 남은 3가지 소명 [송의달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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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코리아(Peak Korea)’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요즘 거론되는 신조어입니다. 대한민국이 성장의 정점(頂點)을 찍고 이제부터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다소 어두운 담론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 후진적 사고방식이 뿌리깊게 남아있는데다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몇가지만 예를 들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최악의 수도권 초집중, 지방 소멸, 0%대에 근접해 가는 잠재성장률, 과학 보다 괴담(怪談)을 믿고 미국·일본 보다 중국·북한을 가까이 하는 운동권 정서 등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런 역진(逆進)을 타개하는 방책 중 하나는 베이비붐 세대의 소환(召喚)입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1차(1955~1963년 출생)와 2차(1968~74년) 그리고 중간 4년(1964~67년) 출생자를 합쳐 모두 1700만명에 육박합니다. 우리나라 총인구 3명 중 1명꼴인데, 10년 후 이들의 비중은 45%로 높아집니다.
올해 49세부터 68세까지에 해당하는 이들은 1955년 60달러 정도이던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을 1000달러(1977년)→1만달러(1995년)를 거쳐 3만달러(2017년)로 끌어 올렸습니다. 1955년생의 경우 1000달러대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40세에 1만달러, 62세에 3만달러 나라를 이루었습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서구(西歐)의 300년에 걸친 변화인 산업화·민주화·세계화를 한 생애에 모두 겪으며 대한민국을 ‘3050클럽(인구 5000만명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나라)’에 진입시킨 핵심 주인공입니다.
◇한국이 가진 세계 最强의 ‘인적 전략 자산’
후진국 어린이로 태어나 중진국 어른으로 직장을 다니고 선진국 시민으로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이 2030세대를 위해 ‘조연(助演)’급 수준의 기여와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제언(提言)입니다. 2030 세대는 매년 대학 진학률이 70~80%에 달하고, 해외 유학·어학연수 등으로 한국 역사상 가장 경쟁력 높은 프리미엄 세대입니다. 고(高)학력으로 지적(知的) 능력도 충분합니다.
베이비부머들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경험·경력·노하우에 사회에 대한 공적(公的) 책임감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베이비붐 세대와 2030 세대는 대한민국 만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강(最强)의 인적(人的) 전략(戰略) 자산입니다. 하지만 두 세대 모두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2030은 인구 구조 변화와 저성장 고착화 등으로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하게 살 첫 번째 세대로 꼽힙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후 준비가 탄탄하지 않아 고민이 많습니다. 두 세대의 취약점을 보완하며 서로 힘이 된다면, 다른 세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은퇴자에 ‘사회공공서비스 기회’ 제공을 제안하는 정영록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55~70세 연령자 중 희망자를 중소·중견·사회적 기업의 기술 상담역, 글로벌 자문역, 또는 대학교 겸임 교원으로 초빙한다. 또 보육원·유아원·양로원에서 주2~3일 시간제 근무를 맡긴다. 사회공공서비스 요원으로 일하는 베이비부머들은 월 100만~150만원 급여와 건강보험·국민연금 불입 같은 혜택을 받고, 청년들은 육아·출산 부담을 덜어 상생(相生)할 수 있다.”
정 교수는 “1969년 출범한 ‘녹색어머니회’ 회원 약 86만명이 이미 초등학교 등하교 도움과 점심 급식 같은 형태로 사회공공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며 “기존 조직들의 문호를 개방하면 참여 인원을 더 늘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2021년 서울연구원의 세대별 보유 자산(금융 및 실물자산 합계) 조사를 보면, 전체 세대 중 1차 베이비부머들의 순자산(4억 966만원)이 가장 많고 1985~95년생(1억 3865만원)과의 격차는 배가 넘습니다. 이런 마당에 베이비부머의 부(富)를 2030세대로 이전(移轉)을 돕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가칭 ‘세대 승계(承繼) 기금’을 만들어 청년 세대가 쓸 재원을 확보해주거나, 자녀에게 집을 넘겨주고 일부를 전세로 사는 ‘자가(自家) 전세제’, 사회공공서비스에 종사하거나 지방 귀환 베이비부머에게 증여세 감면 같은 방법이 가능할 것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자활력(自活力)을 계속 가지면서 2030세대의 결혼·육아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해 ‘윈·윈(win-win)’하는 구도입니다.
◇①초저출산·지방 소멸 해결
2023년 2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6년 연속 꼴찌입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1.30명)의 2022년 합계 출산율보다 더 낮습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집값과 생활비 등이 비싼 수도권에 지방 청년들이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2023년 7월 ‘부동산R114′ 조사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12억 9490만원)은 지방 평균(2억 6557만원)의 5배에 육박합니다. 고(高)물가에다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에서 결혼과 출산율은 전국 최저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초(超)저출산과 초고령화가 계속되면, 전국의 228개 기초단체(시·군·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학)는 “국가 소멸 위기 해결에 베이비부머들이 메가톤급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의 말입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800여만명의 베이비부머 가운데 55%인 440만명이 지방 출신이다. 이 중 10%인 40만~50만명이 고향 또는 제3의 지역으로 돌아간다면(U턴, J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고 ‘노인들만 사는 지방’을 막을 수 있다.”
장기(長期) 지방 이주자에게 대체 주거지를 제공하고 수도권 보유 주택 자녀 증여시 세금 감면, 지역 대학에 평생 학습 및 재교육 기회 부여 같은 혜택을 주면 이들의 지방행은 더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학들은 ‘대학연계형 은퇴자 공동체(UBRC)’나 캠퍼스 안에 은퇴자 전용 주거시설을 만들어 놓고 있으며, 은퇴자들은 지역 대학의 도서관·식당 등을 이용합니다. 한국의 지역 대학들이 베이비부머들을 받아들인다면, 지역 대학의 유지·발전과 지방 도시의 활력 증대, 풍요로운 은퇴자 생활이란 ‘1석3조’ 효과가 기대됩니다. 생산·소비 측면에서 지방을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유일한 거대 집단인 베이비부머의 지방행(行)을 공론화하면서 이를 촉진하는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②문화선진국의 ‘견인차’
2030세대에 ‘짐’이 아닌 ‘롤 모델(role model)’이 되려면 베이비부머들의 각성(覺醒)도 필요합니다. 170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갖고 있는 김미경MKYU 대표는 “60세부터의 삶은 인생의 ‘부록’이 아니라 자기 삶의 ‘개정판’을 쓴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올해 103세인 김형석연세대 명예교수도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보람 있는 나이는 60세부터 75세까지”라며 은퇴 후 삶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그의 말입니다.
“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이 선진국가가 되고 세계를 영도(領導)해가고 있는가. 그 나라 국민들 80% 이상은 100년 이상에 걸쳐 독서(讀書)를 한 나라들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러시아 등은 그 과정을 밟지 못했다. 아프리카는 물론 동남아시아나 중남미에 가도 독서를 즐기는 국민적 현상을 볼 수가 없다.”(<백년을 살아보니> 9쪽)
김 교수는 이어 “나는 우리나라 50대 이상의 어른들이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후대(後代)에게 보여주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믿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행복인 동시에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진입,유지하는 애국(愛國)의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김구(金九) 선생이 자서전 <백범일지(白凡逸志)>에서 밝힌 ‘나의 소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백범은 “우리 민족의 최고 임무는 완전한 자주독립의 나라를 세운 뒤 지구상의 인류가 진정한 평화와 복락을 누릴 수 있는 사상(思想)을 낳아 그것을 먼저 우리나라에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물질적인 풍요를 누려도 독서하지 않는 국민이 대다수라면, 그것은 모래 위의 누각[沙上樓閣]일 뿐이며, 백범의 희망도 하룻밤 꿈으로 사그라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반대로 80~90세까지 독서하며 이웃과 국가·민족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국민이 많을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일류(一流)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이 문화·사상 방면에서도 선진국을 만드는 견인차(牽引車)가 되어 달라는 당부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50~70세 엘리트들은 치열한 공부나 학습 없이 대부분 술과 골프로 인맥에 의존해 살고 있다”(박성민·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 부분입니다.
◇③86세대 정치 세력의 전면 재구성
세 번째로 정치 방면에서 혁신이 절실합니다. 구체적으로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86세대’의 교체, 즉 물갈이가 필요합니다. 2030세대를 위해 ‘미래’를 개척하려면 말입니다. 민주화 운동으로 ‘87체제’를 만든 86세대 운동권은 지금까지 30년 넘게 한국 정치권과 학계·문화계의 중추세력이었습니다.
86세대 운동권은 그러나 최근 묵과하기 힘든 한계점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친일(親日), 세월호, 촛불, 위안부, 노무현 같은 금기(禁忌)를 만들어 놓고 우리 사회를 전(前)근대로 퇴행시키고 있습니다. 그 맨 윗자리에 ‘민족주의’를 올려놓고 이들은 툭하면 반일(反日) 죽창가(竹槍歌)와 이순신의 12척 배를 외칩니다.
“운동권 경력으로 출세한 86세대 운동권이 한국판(版)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특권 계급)가 됐다”는 비판은 이런 후진(後進)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입니다. 함운경·민경우씨 같은 ‘86운동권’ 일부는 “다음 세대를 위한 새 판을 짜자”며 2023년 광복절에 ‘민주화운동 동지회’를 출범했습니다.
이들은 “민주화운동의 상징 자산을 주사파(主思派)가 사취(詐取·남의 것을 속여 빼앗음)해 독점이용하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잘못을 바로잡고 반(反)대한민국적 인식을 설거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대 공대 82학번인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지금 대한민국 상황은 생사(生死)를 걸고 전투하는 군인(軍人)과 상인(商人)을, 도학(道學) 하나 밖에 모르는 군자(君子)들과 조폭화된 노동조합이 연합해 짓밟고 있는 국면”이라고 진단합니다.
지금 대한민국 밖에서는 30년여의 세계화·자유무역 시대가 끝나고 미국과 중국을 정점으로 한 자유주의와 전체주의 세력간의 운명을 건 대결, 즉 신(新)냉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대착오적인 86운동권 세대의 퇴장(退場)을 포함해 86세대 정치세력의 전면적인 해체와 재구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86세대 우파(右派)’의 정치 무대로의 소환과 본격 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매운 최루탄 연기와 소음 속에서도 도서관과 강의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중졸·고졸 학력으로 야근하며 묵묵히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우파 386′들이 정당 활동과 시민단체, 소그룹 같은 사회운동을 통해 정치·사회적 입장을 표출하며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주독립과 인류공영에 이바지”
“왜 지금 베이비 붐 세대인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베이비부머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개인의 자유(自由)와 국가의 주권(主權)까지 뺏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란 장기 침체 늪에 빠진 것은 베이비부머 격인 단카이(團塊) 세대가 역사적 사명(使命)에 눈감고 이기적(利己的)으로 산 탓이 큽니다. 이들이 자식 세대를 방치한 결과, 160만~300만명의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은둔형 외톨이)들이 생겼습니다.
베이비부머와 2030 세대의 ‘결합’은, 세계 어떤 선진국도 시도해본 적 없는 대한민국만의 전략적 승부수입니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어느 민족도 일찍이 그러한 일을 한 이가 없으니 그것은 공상(空想)이라고 하지 마라. 일찍이 아무도 한 자가 없기에 우리가 하자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축복인 것은 우리 국민들에 내재된 자질(intrinsic quality)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에너지나 천연자원이 없고, 땅도 좁고, 금융 자원도 부족하지만 ‘인적 자원’이라는 무기(武器)가 있습니다.
더욱이 1945년 해방후 78년이 되는 2023년은 21세기의 남은 78년을 시작하는 역사의 분기점(分岐點)입니다. 지금 어떤 주도 세력이 조타수(操舵手)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앞으로 30년 대한민국의 흥망(興亡)이 결정됩니다. 갈등과 고뇌를 딛고 분투해온 베이비붐 세대(世代)가 다시한번 희생과 조화, 참여로 청년 세대를 돕고 그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송승헌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지금부터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한국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고 큰 고비”라고 말합니다. 2030 세대가 역량을 꽃피우도록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기성 세대가 방향과 판을 잘 깔아준다면, ‘피크 코리아’나 ‘한국 침몰’ 같은 비관론은 사라질 것입니다.
1955년부터 1974년까지 태어난 이들은 “우리는 민족중흥(民族中興)의 역사적 사명(使命)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국민교육헌장 구절을 외우며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암송의 염력(念力) 덕분인지 기적처럼 이들은 그 ‘역사적 사명’의 상당부분을 성취해 냈습니다.
이제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自主獨立)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공영(人類共榮)에 이바지할 때다”는 뒷 구절에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베이비부머들은 마지막 소명(召命)마저 완수한 위대(偉大)한 세대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참고한 자료 (이름·출간연도 순)
<백범일지>(김구·1947년), <백년을 살아보니>(김형석·2016년), <386OUT>(김대호 외 22인·2019년), <대한민국 경제혁신 핏팅 코리아>(정영록·2020년)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마강래·2020년), <김미경의 REBOOT>(김미경·2020년), ‘국민교육헌장’(1968년 12월 5일 선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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