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_비욘더게임] 일본이 독일 격파한 날, 우리는 국제형 감독에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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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한국시간) 일본 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독일을 격파했다.
같은 날, 한국은 웨일스와 무기력하게 비긴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이 현장 취재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역대 최장수 대표팀 감독다운 뚝심으로 오랜만에 한국 축구에 특유의 색깔을 입혔다.
벤투 감독과 재계약에 실패한 대한축구협회가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할 때 과연 어떤 점을 가장 큰 기준으로 삼았을까? 물론,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공개한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 요인이라는 기준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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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10일(한국시간) 일본 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독일을 격파했다. 심지어 상대 안방에서 전차군단의 동력을 끊어 놓았다. 무려 4-1 대승.
같은 날, 한국은 웨일스와 무기력하게 비긴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이 현장 취재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궤변에 가까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현재 한일 양국은 경기력 등 눈앞의 차이도 크지만,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봤을 때 그 차이는 더 커 보인다.
일본은 독일을 맞아 자신들이 계속해서 해왔던 축구를 이어갔다. 11명이 하나 되어 조직적인 짧은 패스를 토대로 기회를 창출했다. 특히 두 번째 골 장면을 보면, 골키퍼까지 포함해 14번의 패스를 주고받으며 득점을 뽑아냈다. 그 14번의 패스는 독일 선수들이 전혀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했고 알맞은 타이밍으로 이루어졌다.
일본이 이런 축구를 구사한 것은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십 수년 전부터 피지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패스 축구를 기본으로 삼았다. 성인 대표팀과 클럽 팀은 물론 유스 단계의 팀들도 대부분 큰 틀에서 비슷한 축구를 지향한다. 실제로 최근 인천에서 열린 K리그 인터내셔널 유스컵에 참가한 도쿄 베르디도 비록 완성도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같은 지향점을 보여주며 결승에 올랐다.
반면, 한국 축구는 고유의 특색을 잃어버린 듯하다. 90년대에는 압박축구를 기본으로 측면 공격을 통해 골 찬스를 만들어내는 축구 색이 진했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순간적으로 상대를 두세 명이 에워싸는 강력한 프레싱은 2002 월드컵의 성공을 가져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감독의 성향과 선수 구성 등에 따라 추구하는 색깔이 자주 변하곤 했다. 또 유스 레벨에서는 승리를 강조할 뿐이었고, 성인 레벨과의 연계성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최근을 보자.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이 넘는 시간동안 빌드업 축구를 기본으로 삼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거센 비판 여론 앞에서도 자신의 축구 철학을 굽히지 않고 유지했다. 그 결과, 월드컵 무대에서 우리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도 우리가 해오던 축구를 지속했고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역대 최장수 대표팀 감독다운 뚝심으로 오랜만에 한국 축구에 특유의 색깔을 입혔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는 그 색채가 사라졌다. 공격축구를 지향한다고는 했지만 5경기 득점 수를 보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아무리 목표는 겨울에 열리는 아시안컵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축구를 지향하는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기대감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벤투 감독과 재계약에 실패한 대한축구협회가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할 때 과연 어떤 점을 가장 큰 기준으로 삼았을까? 물론,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공개한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 요인이라는 기준은 있었다. 이밖에도 한정된 예산, 현재 활동 여부 등 현실적인 조건과 기준이 있었겠지만, 과연 지난 4년 반 동안 추구했던 한국 축구의 색을 유지하고 지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감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클린스만 감독 부임과 함께 유일하게 유임되었던 마이클 김 코치와의 이별로 지난 세대와의 마지막 연결고리마저 끊어지고 말았다.
일본이 오랜 기간 이어온 자신들의 축구로 유럽 강호를 대파하는 날, 우리는 해외 근무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국제형(?) 대표팀 수장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고, 사람 좋은 미소에 신뢰를 잃고 말았다.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트리고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려 했지만 한 칸 올리는 것부터 험난한 상황이다. 씁쓸할 따름이다.
#비욘더게임(Beyond the Game)은 경기 이상의 스토리를 전합니다.
글 = 김형중
사진 = Getty Images,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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