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라면 소녀'… 배고픔 달래주던 라면의 60년사
[편집자주]'서민 식품' 라면이 국내에 등장한 지 60년이 됐다.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수많은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왔다. 현재 라면은 국내에서는 서민 식품이자 '가격 통제 품목'으로, 해외에서는 K-푸드 대표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라면 종주국인 일본은 물론 세계 1위 시장인 미국에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1963년 삼양라면 출시를 시작으로 쓰여진 라면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본다.
①'맨발의 라면 소녀'… 배고픔 달래주던 라면의 60년사
②입맛만큼 안 바뀌는 라면값
③해외서 더 펄펄 끓은 K-라면
#. '맨발의 라면 소녀' 임춘애를 기억하는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육상 사상 최초로 3관왕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키 163㎝에 몸무게 43㎏의 비교적 왜소한 17세(당시) 소녀는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육상 신화를 썼다. 부친은 간경화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모친은 월급 15만원을 받으며 달동네에서 노모와 2남 2녀의 생계를 책임졌다. '라면 1개로 하루를 버텼다' '밥보다 라면을 더 많이 먹고 자랐다' 등의 가난과 라면을 잇댄 다소 과장된 내용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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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은 국내 라면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자처했다. 1969년 국내 최초의 건면 '삼양칼국수'를 출시했고 3년 뒤에는 업계 최초로 컵라면(용기면)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다만 용기 제조원가가 비싸 봉지면(당시 22원)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가격이 책정돼 초기 판매는 저조했다.
최근엔 매운맛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2012년 '불닭볶음면' 출시와 함께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소비자 공략에 성공했다. 지난해 삼양식품 매출은 9090억원으로 2020년 6485억원 대비 40.1% 증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증대해 주식 부문 글로벌 톱100 기업 진입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컵라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1982년 농심이 '육개장사발면'을 출시하면서다. 간편하면서 맛있게 조리할 수 있어 산업화로 바쁜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농심은 '신라면'이라는 스테디셀러 제품을 보유했다. 신라면은 1991년 단일 제품 판매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점은 차별화한 수프다. 안성수프공장을 설립한 이래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히트 제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농심 매출액은 ▲2020년 2조6397억원 ▲2021년 2조6629억원 ▲2022년 3조1290억원으로 증가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구현한 점"이라며 "견고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제품 마케팅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라면 시장 후발주자 오뚜기는 농심과 함께 업계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1988년 출시한 '진라면'을 내세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순한맛과 매운맛 2가지를 출시해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을 공략했다.
오뚜기는 주력 제품에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진라면 '작은 컵' '큰 컵'을 출시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 결과 개별 라면 순위 8위에 머무르던 오뚜기는 2012년 2위에 올랐다. 오뚜기 매출액은 ▲2020년 2조5958억원 ▲2021년 2조7390억원 ▲2022년 3조1833억원으로 증가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해 진라면이 전국 판매 2위를 차지하며 사랑받는 제품임을 다시 확인했다"며 "맛과 품질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팔도는 국내 비빔라면의 대명사 같은 존재다. 1984년 '팔도 비빔면'을 출시해 국내 최초로 차갑게 먹는 라면 카테고리를 개척했다. 팔도는 참신한 마케팅으로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괄도 네넴띤' '팔도 비빔면 1.2' 등 한정판이나 변형된 제품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팔도 매출액은 ▲2020년 7367억원 ▲2021년 7678억원 ▲2022년 1조389억원으로 증가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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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의 대명사였던 라면은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음식으로 변모했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늘자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새롭게 등장했다.
신호탄은 농심이 쏘아 올렸다. 2011년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태동했다. 설렁탕 맛을 내기 위해 우골분말스프를 사용하고 건더기 양을 늘렸다. 당시 16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출시 한달 만에 매출액 9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다만 허위·과장광고와 높은 가격 등 소비자 저항이 거세 신라면 블랙은 출시 반년 만에 단종됐다.
시장에서 사라지는 듯했던 프리미엄 라면 시장은 2015년 농심의 '짜왕'(1500원) 출시로 다시 불이 붙었다. 같은 해 오뚜기가 '진짬뽕'(1370원)을 출시하며 시장이 커졌다.
라면 업계는 프리미엄 라면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교적 경쟁이 덜하고 라면값 인상 효과를 얻어 수익 개선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라면을 제조하지 않았던 식품업체도 프리미엄 라면을 내놓고 있다. 대상은 2020년 '감자라면 해물한끼·얼큰한끼'를 1800원에, 하림은 2021년 '더미식 장인라면'을 기존 프리미엄 라면보다 비싼 2200원에 시장에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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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국물 라면은 2011년 시장에 등장했다. 삼양의 '나가사끼 짬뽕'과 팔도의 '꼬꼬면'이 대표적이다. 나가사끼 짬뽕은 최초의 하얀 국물 라면으로 돼지 뼈 육수를 사용했다. 꼬꼬면은 개그맨 이경규가 한 방송에서 만든 라면을 상품화한 것으로 2011년 8월 출시했다. 닭 육수 베이스에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소비자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꼬꼬면과 나가사끼 짬뽕은 각각 출시 5개월,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매운 라면 신드롬을 일으켰던 불닭볶음면은 출시 2년이 지나서야 누적 판매량 1억개를 기록했다.
하얀 국물 라면의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2월 17%대로 정점을 찍으며 짜장 라면과 비빔면처럼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삼양식품은 2017년 '한국곰탕면'을 출시했다. 담백한 사골육수를 베이스로 국물을 냈다. 같은 해 팔도는 단종됐던 '진국설렁탕면'을 재출시했다.
최근에도 관련 신제품이 출시돼 하얀 국물 라면 라인업은 탄탄해지고 있다. 지난해 농심은 '사천백짬뽕사발'을 내놨다. 굴과 바지락, 미더덕 등의 시원한 해물 육수 베이스의 라면이다.
정원기 기자 wonkong9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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