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아시안컵 결과'로 판단하라는 클린스만, 그래서 중요한 사우디전[프리뷰]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탐 부임 후 3무2패로 아직도 첫 승을 따내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은 성적, 경기력, 외유 논란 등 어떤 비판을 받아도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 결과로 평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물론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다면 클린스만은 그동안 받았던 비판을 모두 뒤집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다음 평가전 상대이자 아시안컵 본선 토너먼트에서 만날 수 있는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도 졸전을 펼친다면 '아시안컵 결과로 판단해달라'는 그의 호소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13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시30분 영국 뉴캐슬어폰타인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와 평가전을 가진다.
지난 8일 열린 웨일스전은 졸전이었다. 클린스만은 토트넘–번리 경기에서 원톱으로 나와 해트트릭을 작렬했던 손흥민을 중원에 고립시켜 오히려 공격 작업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헤딩슛이 장점이 조규성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두고도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살릴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외에도 중원에서의 패스 실수가 자주 발생했지만 클린스만은 전술의 수정 없이 아닌 선수 빠진 자리에 선수 채우는 교체로만 소극적인 변화를 가져갔다.
대표팀은 결국 답답한 양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뒀다. 클린스만 부임 후 3무2패. 이는 클린스만이 31년 전임 감독제 역사를 가진 한국 축구에서 첫 승까지 가장 오랜 기간 걸리는 감독으로 올라간다는 게 확정됐음을 의미한다.
클린스만 체제의 한국 대표팀은 엘살바도르와 같은 확실한 약체를 상대로도 승리하지 못하며 여전히 첫 승을 바라는 중이다. 여기에 감독인 클린스만이 국내 리그에 관심을 덜 쏟고 개인적인 해외 일정에 치중한다는 논란까지 커졌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웨일스전 이후에도 언론을 통해 "한국 대표팀을 성장시키려면 감독인 내가 유럽을 오가며 여러 사람들과 얘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며 "한국 축구 팬들이 클린스만호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내년 1월 열릴 아시안컵이다. 내게 있어 아시안컵에서의 성공은 우승"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의 평가전 결과가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감독 스스로가 아시안컵 우승을 못하면 성공이 아니라고 했기에 대표팀은 아시안컵 조별리그 통과 후 펼쳐지는 토너먼트에서 전승을 거둬야 한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란, 호주 등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 함께 출전했던 아시아 강호들과의 만남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한국의 13일 평가전 상대이자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조별리그서 격파했던 사우디는 최근 국부 펀드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자국 리그로 영입하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데려와 자국 선수들의 경쟁력 또한 끌어올린다는 심산.
대대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사우디는 한국과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만날 수도 있는 실전 상대다. 피파랭킹은 54위로 28위의 한국보다 낮지만 4강 혹은 결승에서도 맞붙을 가능성이 있는 서아시아의 강호다.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입장에서 사우디는 무슨 일이 있어도 꺾어야 하는 상대인 것.
내년 1월 열릴 아시안컵까지 고작 4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한국이 사우디를 꺾지 못한다면, 아시안컵 운운하는 클린스만의 핑계는 더욱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번 대결이 단순한 평가전일 수 없는 이유다.
물론 클린스만은 사우디를 잡지 못하더라도 유려한 언변으로 또다시 핑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안컵 실전 상대마저 꺾지 못한다면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더 많아질 것을 클린스만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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