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모험? 사우디전 앞둔 클린스만호, 포지션 파괴는 '이제 그만'

박찬준 2023. 9. 1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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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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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을 향한 의구의 시선 중 하나는 '과연 그는 제대로 선수파악을 하고 있는 것인가'다.

아시안컵을 향한 실험인지, 아니면 무지한 모험인지, 클린스만 감독은 매 경기 포지션 파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웨일스전으로 돌아가보자.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유럽파들은 직전 리그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K리거들도 시즌 말미로 넘어가며, 체력적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경기력으로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과연 최상의 선수 선발이었냐' 하는 의문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분명 컨디션적으로는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최상의 전력이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유효슈팅은 단 1개 뿐이었다. 득점하지 못했다. 수비적으로도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원맨쇼에 의지했다. 웨일스전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홍현석(헨트)과 이재성(마인츠)을 좌우 날개로 배치했다. 중앙 지향적인 선수들을 측면에 두며, 중앙과 연계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혔다. 좌우 풀백에는 오버래핑이 좋은 이기제(수원 삼성)과 설영우(울산 현대)가 포진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최악의 수가 됐다. 홍현석과 이재성은 전혀 공격의 활로를 모색하지 못했다. 둘은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기회를 만들려고 했지만, 부분 전술이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만든 형태에서는 둘의 장점인 짧은 패스에 이은 연계를 활용할 수 없었다. 돌파력과 스피드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두 선수 입장에서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홍현석은 헨트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손흥민을 중앙에 기용하며 홍현석이 이 자리에 뛸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후반 교체 투입 등으로 변화를 줄 수 있었다. 홍현석은 자신의 장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국가대표 선발 데뷔전을 망쳤다.

이날 데뷔전을 치른 이순민(광주FC)도 마찬가지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이순민을 조커로 투입했다. 황인범과 교체돼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순민을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황인범의 자리에 그대로 뒀다. 후반 클린스만호는 황인범의 위치를 올려 4-1-4-1로 전형을 바꿨다. 이순민은 멀티 자원이지만, 공격적인 재능이 매우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이순민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한칸 아래에서 많은 활동량을 주는게 맞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순민을 공격적으로 두며 그를 반밖에 쓰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파격 기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페루전에서 안현범(전북 현대)을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했다. 안현범은 포백의 풀백이 아닌 스리백의 윙백에 익숙한 선수다. 클린스만 감독은 안현범에게 수비적인 롤을 맡겼다. 당연히 선수가 버거워할 수밖에 없었다. 공격이 장점인 선수에게 수비적인 역할을 맡겼으니 경기가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안현범은 최악의 부진 끝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전을 아쉽게 마무리해야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 후 "소속팀과 정확히 일치하는 포지션에 기용하는게 제일 이상적"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상황에 맞춘 변화를 줘야할 때도 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개성을 드러내고, 스스로 용기있게 부딪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다시 한번 포지션 파괴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간과하는 게 있다. 포지션 파괴의 핵심은 선수 파악이 우선이다. 과거 클린스만 감독은 "안현범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보지 못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선수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제대로 기용할 리가 만무하다. 선수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변주도 가능하다. 사우디전에서는 또 어떤 파격이 펼쳐질까. 지금은 기대보다 불안이 더 큰 게 사실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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