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 상승에…더 좁아진 저신용자 대출 문턱
불법 사금융 피해 5년새 최대…올 상반기만 6784건
연체율과 조달금리가 급등하자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다시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올해 가계 신용대출 공급액이 지난해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중·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에 피해 또한 함께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연 20%) 인상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반토막난 저축은행 신용대출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1일 기준 저축은행 79개사 수신금리는(12개월 만기 기준) 4.15%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일 기준·3.59%) 대비 0.56% 상승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초저금리를 기록했던 2021년 9월(11일 기준·1.67%) 대비 1.67%와 비교하면 2.5%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은행채 등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들은 조달창구가 수신으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수신 금리가 올라가면 조달금리도 따라 오른다.
조달금리가 급등하자 저축은행들은 올해 가계 신용대출을 큰 폭으로 줄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말 기준 저축은행이 새로 가계에 신용대출을 내준 금액은 5조8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저축은행이 1년 동안 공급한 신규 가계신용대출 규모 17조2000억원의 33.72%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대출금액이 나간다고 가정하면 저축은행들 신규 가계 신용대출은 지난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지난해 대비 급등한 연체율 또한 저축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말 3.41% 대비 1.92%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등 대비는 하고 있지만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고 최근 경제 악화로 차주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했다"며 "건전성 관리가 1순위이기 때문에 신규 신용대출이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부업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상반기 대부업체 신규 가계 신용대출은 6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 4조1000억원의 14.6%에 그친다. 이 역시 조달금리 상승 영향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대부업체는 채권 발행이나 수신 등이 불가능해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며 "최근 저축은행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대부업체도 조달비용이 늘어 대출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불법사금융 ↑…전문가들 "법정최고금리 인상 필요"
서민의 '급전 창구' 역할을 담당하던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이 '역마진' 우려로 대출 창구를 걸어 잠그면서 금융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범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 6784건으로 △2019년 2459건 △2020년 3955건 △2021년 4926건 △2022년 5037건에 이어 지난 5년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2021년부터 연 20%로 제한된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오 교수는 "높아진 조달금리를 감안하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들은 법정 최고금리에 막혀 대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법정최고금리 인하 당시에는 기준금리가 0.5% 수준이었지만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도 최고금리 상한은 막혀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조적으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당장 급전이 필요한 차주의 경우 금리 20%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종대 세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가 서민들의 급전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법정 최고금리 조정이 필요하다"며 "제도권내 대출기관이 문턱을 높이면 결국 서민들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대출이 막힌 중·저신용자들을 위해 지원하는 정책금융 상품 공급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은 감독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이 왜 불법사금융으로 가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개별 금융회사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책자금을 늘려 중·저신용자가 제도권내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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