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 단막극 그치지 않아… 北·러 간 르네상스 올 것” [김정은 방러]

김예진 2023. 9. 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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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러 정상회담 전문가 전망
“12일 푸틴과 오찬 겸해 회동 가능성
김여정, 8일 열병식 직후 선발대로”
러에 재래식 포탄·유도 미사일 주고
정찰위성·핵잠수함 기술 받을 듯
“우크라 전쟁 지원 이제 시작” 분석
식량·에너지 받아 민생 해결할 수도

“단막극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이 공식화하면서 북·러 관계가 대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러 간 르네상스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4월24일 전용 열차로 러시아와 북한의 접경 지역인 하산역에 도착,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의 자료사진.   러시아 연해주 주 정부 제공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11일 김 위원장이 전날 “공화국 창건(일명 ‘9·9절’) 75돌 경축 민방위 무력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셨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예비 전력인 주민 수천명까지 열병식에 동원해 “전 인민의 무장화”를 강조한 뒤 열차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핵심 인사들은 먼저 김 위원장 방러 준비차 공개 일정 수행에서 빠진 것으로 추측된다. 10일 오전 영접한 인사는 오일정 노동당 중앙위 부장, 김수길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 정도였다. 9·9절을 기념해 방북한 중국 정부 대표단을 위해 9일 김 위원장이 연회를 베푸는 자리에서도 이례적으로 포착되지 않은 인사가 상당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세인 조용원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과 김정남 국제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같은 상징적 인물, 원수 박정천 등은 중국 대표단 연회에서도 보이지 않았다”며 “중국 대표단 환영 연회 치고 너무 소홀한 것이었는데 외교 라인은 전부 방러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은 2박3일 정도로 블라디보스토크 체류 이틀째인 12일 오찬 겸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상회담 경험이 풍부한 김여정이 지난 8일 열병식에 참석한 직후 곧장 선발대로 파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회담에서 양 정상은 관계 밀착을 한껏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러의 현재 ‘케미’로 봤을 때, 한 번만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외에도 오찬, 주요 군사시설이나 경제시설 시찰 등 일정들이 뒷받침될 가능성이 있다.
회담 테이블에는 정치·경제 등 전 분야 협력 의제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무기 거래가 포함된 군사협력 분야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고 북한은 그외 다양한 대가를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무기로 재래식 포탄과 대전차 유도 미사일 등이 꼽힌다. 8월 6일 김 위원장이 방사포탄 공장 시찰에 나섰을 때 북한은 122㎜와 240㎜ 포탄에 유도 기능을 부여했다고 과시했다. 122㎜는 러시아 등 동구권의 주력 포 구경에 해당하고, 러시아군은 240㎜ 포도 운용하고 있다.
2019년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김정은(뒤)과 푸틴.   연합뉴스
이런 재래식 포탄을 넘기는 대가로 북한은 첨단기술을 노린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무기 공급 대가로 군사정찰위성, 핵추진 잠수함 등의 기술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5월 31일과 8월 24일 정찰위성 발사에서 두 차례 실패했다. 1차 실패 때는 2단 엔진 비정상, 2차 실패 때는 3단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 오류가 각각 원인으로 지목됐다. 자연히 북한 입장에선 원활한 발사를 위한 기술을 러시아에 요청할 수 있다. 이는 유사 기술이 적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진체의 진전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정찰위성 기술 역시 북한의 핵심 관심사다. 올해 5월 북한이 공개한 위성 실물의 크기와 형태를 토대로 전문가들이 추정한 해상도는 고작 3m 수준이다. 이는 군사적 목적에 턱없이 못 미친다. 만약 러시아가 북한에 고해상도 광학 장비를 제공하고 북한이 이를 발사체에 실어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린다면 북한은 남측 일대를 더욱 정밀하게 정찰할 수단을 갖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도 이제 시작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쟁 종료 시 러시아는 재건에 필요할 노동력을 북한에서 공급받길 원한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는 북한의 지속적인 탄약 공급을 필요로 한다. 수십년간 상시 전쟁준비 체제를 이어온 북한이 러시아의 군수물자 보급처가 되는 셈이다.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은 사실상 중국 경제에 종속돼 있는 북한에게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식량, 에너지를 공급받아 민생 문제를 큰 폭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김예진·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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