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넘어··· LoL은 어떻게 ‘롤 모델’이 됐나?

조진호 기자 2023. 9.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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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호 전 라이엇 대표 ‘LoL 플레이어 중심주의’ 출간
청년문화로 꽃피우기까지···‘흥미진진’ 스토리 담아내
“4차 산업혁명·뉴 이코노미 이해 위한 필독서”

몇년 전 아들을 전학 보낸 한 지인에게 들은 얘기.

낯선 교실에서 맞은 첫 쉬는 시간. 멀뚱멀뚱 자리에 앉아있는 아들 주위를 큼지막한 그림자 넷이 에워쌌다. 올 것이 왔구나, 어떻게 맞대응을 해야 할까···. 잔뜩 긴장한 아들에게 한 녀석이 대뜸 물어 왔다. 너 롤 해? 잘못 들었나 싶어 순간 머뭇하던 아들이 끄덕이자, 얼굴이 환하게 펴진 네 녀석이 동시에 소리쳤다. 됐다! 우리도 이제 팀을 꾸릴 수 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섯 녀석이 피씨방으로 달려갔음은 물론이다.



얘기 나온 김에 하나 더.

LoL의 인기가 막 불붙던 당시, 지하철을 타고 가던 동료 기자를 중학생 무리가 힐긋힐긋 쳐다봤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녀석들이 다가와서 건넨 말. 아저씨, 라이엇 게임즈 다니세요? 손에 든 라이엇 게임즈 쇼핑백을 보고 한 말이었다. 이런저런 사정을 들은 녀석들 중 한명이 말했다. 그 봉투 저 주시면 안돼요? 봉투를 건네 받은 녀석의 입이 사정없이 귀에 걸렸다.

2009년 출시된 ‘리그 오브 레전드’(LoL, 롤)는 지난 10여년을 지나는 동안 게임을 넘어 스포츠와 문화가 됐다. 어떻게 하나의 게임이 전 세계 월간 이용자수 2억명에 이르며, 청소년은 물론 40대까지 아우르는 문화의 영역을 꿰찰 수 있었을까.

LoL이 글로벌 e스포츠와 문화로 도약하는 과정의 속이야기를 담은 책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오진호 지음·골든래빗 펴냄)가 출간됐다. LoL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의 인사이드 이야기를 담은 최초의 책이다.

라이엇 게임즈 초대 한국대표와 글로벌 퍼블리싱 대표 등을 지내며 ‘LoL을 문화현상으로 키워낸’ 주역 오진호 비트크래프트 벤처스 파트너는 책에서 LoL의 탄생부터 꽃을 피우기까지, 우리나라는 물론 라이엇게임즈 본사의 사내문화와 전략 등을 소개한다.

세계적인 축제가 된 ‘LoL 월드 챔피언십’ 현장. 라이엇 게임즈



1부는 라이엇 게임즈는 어떤 회사인가를, 2부에선 LoL이 한국에서 성공한 비결을 찾아본다. 3부에선 문화로 성장한 LoL의 위상을 짚어보고, 마지막 장에서는 ‘라이엇 게임즈처럼 일하기’를 주제로 독자와 소통한다.

책에서 말하는 ‘플레이어 중심주의’는 라이엇 게임즈를 관통하는 철학과 가치다. 라이어터(라이엇 게임즈 직원을 이르는 말)들은 결정을 할 때마다 자신에게 또는 서로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이것은 플레이어 중심주의에 부합하는가?’라고. 이렇게 플레이어 중심주의는 모든 업무에서 실존하기 때문에 라이엇 게임즈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었고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책에서는 플레이어 중심주의를 문화로 정착시키고, 임파워먼트와 바텀업 의사결정을 유지하는 ‘쇼 앤 텔’, ‘플레이 라이크 어 플레이어’, ‘서포트 or 피드’, ‘디뉴비피케이션’ 같은 사내의 다양한 제도도 소개한다.

라이엇 게임즈 해외사업 총괄을 맡았던 당시의 오진호 대표.



“뉴 이코노미와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 부모님과 중고 선생님들,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원과 규제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공무원들도 제발 읽기 바란다”고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가 추천할 만큼, 이 책은 하나의 게임 회사가 어떻게 세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는지 파헤쳐 보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롭다.

세계적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은 “이 책은 내 안의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탄생하게 해준 ‘리그오브레전드’ 역사서이다”며 “내가 이 책의 일부가 되었다니 영광이다. 자신 안의 챔피언(그것이 프로게이머이든 창업가이든)을 깨우기를 바라는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고 했다.

오진호 전 대표는 “이 책이 국내 회사들의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에 미약하게나마 기여하는 안내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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