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⑦ 한국의 될성부른 우주스타트업은 그에게로 통한다

김효선 기자 2023. 9.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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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태 에트리홀딩스 책임심사역 인터뷰
이노스페이스·컨텍 같은 우주 스타트업 발굴
항우연에서 일한 경험 살려 우주 분야 도우미 자처
김일태 에트리홀딩스 책임심사역이 지난 7일 대전에 위치한 에트리홀딩스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효선 기자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3월 한국 기업 최초로 민간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했다. 우주 서비스기업인 컨텍이 지난 6월 제주에서 개최한 ' 인터내셔널 스페이스 서밋2023′에는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항공우주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노스페이스와 컨텍은 척박한 국내 우주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이다. 새 기술로 위험에 도전하며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한국판 ‘ 뉴스페이스’ 기업은 바로 이들이다.

이노스페이스와 컨텍의 공통점은 또 있다. 창업 초기 같은 사람의 손을 거쳤다는 점이다. 바로 에트리홀딩스의 김일태 책임심사역이다. 에트리홀딩스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만든 투자 전문 회사다. 김 책임심사역은 에트리홀딩스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며 이노스페이스, 컨텍 같은 국내 우주 기업의 성장을 도왔다.

한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이 대세였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우주 분야의 국내 스타트업이 투자받은 돈을 모두 합쳐도 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 벤처캐피탈인 스페이스캐피탈이 집계한 2021년말 기준 전 세계 우주산업 스타트업 투자액이 60조원이 넘는 것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그만큼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뉴스페이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주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한국의 우주 산업을 대표하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한 김 책임심사역을 지난 7일 대전 유성에서 만났다. 한국의 우주 스타트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한국 우주 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한 조건을 들었다.

-출연연 자회사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흔히 접하기는 힘든 업무인데, 어떤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나.

“에트리홀딩스는 ETRI가 보유한 기술이나 ETRI와 관련된 기업에 투자한다. ETRI가 가진 수천 개의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의 성장성과 잠재력, 기술성 등을 평가해서 투자를 결정한다. 에트리홀딩스에 들어오고 4년 동안 15개 회사에 투자를 경정했는데, 실제로 만난 회사는 수백 개다. 대략 10개 회사를 만나면 1곳에 투자하는 것 같다. 심사역들이 발굴한 회사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IR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회의를 한다. 이후에는 서류 심사를 통과한 기업들이 참석해 IR을 진행하고, 투자 심사를 거친다. 투자 심사를 받는 단계에서도 계속해서 기업을 만나 설명을 듣고 검증을 한다.”

-우주 스타트업을 많이 발굴한 것으로 안다. 어쩌다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됐나.

“에트리홀딩스에서 일하기 전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9년을 일했다. 2015년에 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하는 사업을 항우연이 받았다. 우주기술기반 벤처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었다. 창업자를 발굴하고 액셀러레이팅을 하는 일이었다.

우주 산업이 정부 주도의 사업에서 민간 중심으로 옮겨가는 ‘뉴스페이스’ 기조가 된 것도 이쪽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뉴스페이스 시대가 와서 투자가 잘 됐다. 한국이 미국의 트렌드를 3~4년 정도 늦게 쫓아간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곧 우주 쪽으로 투자 분위기가 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김일태 에트리홀딩스 책임심사역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주 스타트업의 투자 기준으로 최고경영자가 얼마나 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와 정부와의 협업 역량을 본다고 밝혔다./김효선 기자

-이노스페이스와 컨텍을 발굴한 비결이 궁금하다.

“이노스페이스는 항우연에 있을 때부터 지켜보던 회사다. 계속 지켜보다 작년 11월에 투자를 했다. 컨텍은 항우연에 있을 때 파견을 가서 창업을 도운 인연이 있다. 이성희 컨텍 대표가 시드 투자를 받을 때 나는 전략기획팀에서 컨텍에 파견을 갔다. 그때 1년 4개월 동안 이 대표와 함께 고생하면서 투자 유치를 하러 다녔다. 열달 동안 투자자만 40~50명을 만난 것 같다. 당시만 해도 투자자들이 우주 사업을 한국 스타트업이 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큰 자본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았다.”

-지금도 그런 시각이 많다. 어떻게 두 회사의 성공을 예상했던 건가.

“우주 분야의 스타트업을 어떻게 발굴하는지,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도 될 것 같다. 일단 최고경영자가 시장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 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디가 비어있는지 잘 판별해야 한다. 문제의 해법을 알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정부와의 협력이 잘 되는지다. 우주 분야는 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에 정부와의 협력이나 코드가 잘 맞는 경영자인지가 중요하다. 쉽게 말해 공무원을 상대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본다.”

-국내 우주 산업이 더 성장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다보니 테마주처럼 거품이 낄까봐 걱정이 된다. 실제로 만나 본 스타트업 중에도 자신들이 가진 기술력 이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인정받으려는 곳도 있었다. 이렇게 거품이 생기면 우주 시장 자체가 꺼질 수 있다. 기업들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내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 나중에는 글로벌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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