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0세 美회장이 직접 한국 찾은 이유 “사모대출, 은행의 대안 될 것”
회장 직접 한국 찾아 시장 진출 타진
자금 조달 창구로서의 사모대출 부상
강소·중견기업 대상 맞춤형 금융 목표
“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택할 수 있는 자금 유치 옵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업들에 사모대출(Private Debt)이란 추가적인 옵션을 제공합니다.”
운용 자산 규모 374억 달러(약 50조원)의 미국계 사모대출전문회사 뮤지니치앤코가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나섰다. 전 세계적인 기준금리 상승 기조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축소에 나선 가운데 한국에서도 사모대출을 찾는 기업들이 대거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사모대출은 기관 자금을 모아 운용사가 기업에 제공하는 대출이다. 경영권이나 지분을 취득하는 사모주식(private equity) 투자와 달리 운용사가 은행처럼 대출 기관 역할을 한다. 연 5~10% 수익을 목표로 기업 대출이나 채권에 투자한다.
뮤지니치앤코는 이미 한국의 연기금, 공제회 등 주요 기관을 만나며 사모대출펀드 구축을 위한 자금 유치를 시작했다. 1988년 뮤지니치앤코를 설립해 크레딧(신용) 중심 사모대출로 회사를 키운 조지 뮤지니치 회장이 80세 나이에도 직접 한국에 들어와 펀드 자금 유치에 나섰다.
삼성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는 물론 보험사와의 일정도 잡았다는 뮤지니치 회장을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났다. 뮤지니치 회장은 “사모대출이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가 될 것”이면서 “가까운 시일 내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니치앤코는 운용 자산 전체를 신용 부문에 쓰는 이 분야 강자다. 글로벌 1위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신용 부문 운용 자산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지만, 기업 및 시장 분석 경쟁력은 인정받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 당시 뮤지니치앤코 출신이 재무부 부장관에 오르기도 했다.
뮤지니치 회장은 한국 기업들의 사모대출 활용도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상승 기조로 은행의 대출이 축소되고, 사모대출펀드 조성이 늘어나는 게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의 파산 위험성 대두로 자본시장의 역할마저 커졌다.
뮤지니치 회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로 전환한 데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사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은행 등 전통 금융회사의 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사모대출펀드가 대안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실제 대체자산 데이터 분석기관 프레킨에 따르면 사모대출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급성장해 최근 1조4000억 달러(약 1867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사모대출과 은행 대출 구성비는 2012년 2 대 8에서 2021년 8 대 2로 역전되기도 했다.
뮤지니치 회장은 “기존 은행들이 경기 둔화 전망에 대출과 투자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기업은) 자금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졌다”면서 “(구성비 8대 2 역전은) 새로운 자본 조달처를 찾아야 하는 기업들과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상황도 글로벌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사모대출은 5000만 달러(약 667억원) 규모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 유용한 수단으로 꼽힌다. 채권시장을 택하기에는 발행 규모가 크지 않고, 은행 대출을 택하기엔 조건과 담보가 심한 탓이다. 대출 승인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도 회피 요소로 꼽힌다.
사모대출은 시중은행이나 증권사들과 비교해 의사결정 시스템이 빠르다. 사모대출펀드는 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금을 먼저 모은 뒤 운용사가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블라인드 펀드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선정 후 곧장 자금을 대는 식이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사모대출펀드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가 자회사인 VIG얼터너티브크레딧으로 지난해 3000억원 규모 사모대출펀드를 설정했고, 아폴로인베스트먼트도 올해 초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 사모대출 시장에 진출했다.
뮤지니치앤코는 향후 기술 강점을 가진 국내 강소기업 및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코로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등에 발맞춰 해외시장 개척과 신사업 진출을 타진하는 기업으로의 자금 옵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뮤지니치 회장은 “한국에는 대기업과 협력하는 기술 기업들이 많다”면서 “한국의 자동차 산업만 해도 현대자동차와 기아라는 대기업이 있지만, 이들에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는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있다. 장기 대출은 물론 성장 지원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뮤지니치앤코와 같은 글로벌 사모대출전문회사의 국내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파산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모대출 시장의 부실이 기관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뮤지니치 회장은 “뮤지니치앤코의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자본에 대한 보존 능력”이라면서 “위기 발생 시 100% 통제권을 확보한다거나 혹은 그 회사의 자산을 미리 확보해 두는 식으로 되도록 위기 상황에도 투자금을 보존하기 위해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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