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천국선 아프지 말길" 다시 추모글…스토킹의 두려움은 지우지 못해

김예원 기자 윤주영 기자 2023. 9.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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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지하철,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11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의 한 평 남짓 추모 공간에는 30장 정도 되는 포스트잇과 국화가 쌓여 있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하모씨(21)는 "(스토킹 살인) 사건 발생 이후 신당역 통로당 1개 정도 있던 CCTV가 3개 정도로 늘어난 것 같다"면서도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역무원 혼자 순찰하는 걸 종종 봐서 그런지 순찰이 강화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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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살인 1주기…신당역에 추모 포스트잇·국화
2인1조 순찰 시행하지만…"안전문제는 해소 안돼"
신당역 10번 출구의 추모공간에 붙은 포스트잇. 2023.09.11 ⓒ 뉴스1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윤주영 기자 = "안전한 지하철,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11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의 한 평 남짓 추모 공간에는 30장 정도 되는 포스트잇과 국화가 쌓여 있었다. 삐뚤빼뚤한 어린 아이의 글씨와 나란히 놓인 국화 다발에는 지금부터 1년 전 희생된 스토킹 피해자를 추모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출퇴근을 위해 매일 신당역을 오간다는 김모씨(45)는 "꽃 한 송이 놓고 지하철에 들어서는 길"이라면서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게 처벌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14일 이곳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역무원 A씨가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전주환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A씨를 300여 차례 스토킹한 혐의로 징역 9년을 구형받은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신당역 여자화장실은 보안이 부쩍 강화된 모습이었다. 화장실 내부에 비상벨뿐 아니라 인체감지용 센서 작동 안내판이 새로 부착돼 있었다.

화장실에서 10m가량 떨어진 고객안전실 벽면엔 검은색 방검조끼와 방검장갑, 안전모와 확성기 등 순찰 장비와 폐쇄회로(CC) TV 모니터 6개가 있었다.

신당역 여자화장실에 붙은 안내문. 2023.09.11 ⓒ 뉴스1 김예원 기자

현장에서 만난 승객들은 사건 이후 신당역의 안전이 강화된 것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강력 범죄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권모씨(25)는 "학생 때 1년간 스토킹당한 기억이 있어 이곳을 지날 때마다 남 일 같지 않다"며 "순찰 강화도 중요하지만 스토킹이 범죄라는 인식이 더 널리 퍼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재발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2인1조' 순찰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하모씨(21)는 "(스토킹 살인) 사건 발생 이후 신당역 통로당 1개 정도 있던 CCTV가 3개 정도로 늘어난 것 같다"면서도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역무원 혼자 순찰하는 걸 종종 봐서 그런지 순찰이 강화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주환이 A씨가 혼자 순찰 근무하던 때를 노려 범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2인1조' 순찰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선 직원들은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여전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시내 지하철역에서 근무하는 B씨는 "2인1조가 원칙이지만 부정승차 신고 확인 등 업무가 겹치면 매뉴얼대로 하기 어렵다"며 "CCTV로 촬영할 수 있는 범위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1~8호선 역직원 105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인1조 순찰 시행 이후 안전 문제 해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10명 중 9명(93.55%)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2인1조 근무가 힘든 이유로는 '조당 인원이 2인 이하라서'(44.73%)와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 중복 발생'(63.41%)을 꼽았다.

전주환은 1심에서 보복살인 등 혐의로 징역 40년, 스토킹 혐의로 징역 9년을 각각 받았지만 병합 심리가 이뤄진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형이 무겁다고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유족을 대리하는 민고은 변호사는 1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법원이 피고인 상고를 기각해 무기징역형이 확정되면 그 자체로 스토킹 피해자에게 유의미한 판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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