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치 사라진 대전…지역발전·시민 위한 정치 실종 우려
이 시장 “대전시가 주도”… 민주당 “실질적 지역발전 중요”
송영길 전 대표 “시장이 꼴뚜기” 李 “부패한 송사리” 맞대응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에서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 단체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국비 확보 및 현안사업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지방정부의 수장과 국회의원들이 지역발전이라는 대의보다는 소속 정당의 이익만을 대변, 충돌할 경우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대전시,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대전특별자치시 추진을 놓고, 이장우 대전시장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대전특별자치시 입법은 민주당 소속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이 주도, 이달 중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 특별법이 통과되면 내년 총선에서 ‘특별자치시’라는 이슈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 대전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7명 전원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특별자치시 입법 추진과 관련해 “대전시가 내년 총선 이후에 대전시를 특별자치시로 할 건지 아니면 경제과학특별자치시나 경제자유자치시로 할 건지 등 주도해서 논의해야지, 외부에서 할 일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대전세종연구원을 향해 “대전시가 대전특별자치시를 주도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앞으로 공공기관장들은 정략적으로 이용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대전시 관계자도 “특별자치시를 만들자는 제안을 외부에서만 들었지, 민주당 어떤 의원들과도 이 사안에 대해 깊이 논의한 적은 없다”면서 “특별자치시가 꼭 필요한지,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 과정은 물론 이후에 특례 조항을 어떻게, 얼마나 넣을 수 있는지가 특별자치시가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인으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승래 의원은 11일 이 시장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밝혔으며, 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대전특별자치시 특별법’은 지난해 12월 이 시장이 참석한 대덕특구재창조위원회에서 제안됐으며, 참석자들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 시장과 공감대 속에 추진 중임을 지적했다. 또 “‘대전특별자치시 특별법’은 과학수도 대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행·재정적 뒷받침과 각종 특례를 통해 실질적 지방분권, 지역 주도 성장 등을 이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누가 주도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질적인 대전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인가가 중요하며, 대전의 발전과 시민의 복리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대전시와 협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과 관련해서도 이 시장이 민주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시장이 대전 유성구에 있는 ‘홍범도 장군로’ 폐지를 시사한 가운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0일 국립대전현충원의 홍범도 장군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도 홍범도 장군의 독립투쟁과 독립운동업적을 부정하지 않는데, 대전시장이 장군의 이름을 딴 거리를 지우겠다는 정신 나간 발언을 하고 있다”며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더니 이 시장이 꼴뚜기였다. 정권에 과잉 충성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는 행동이 마치 친일 단체 일진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이 시장은 지난 7일 시정 브리핑을 통해 “육사에 홍범도 장군 흉상이 있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장군의 인생 궤적을 확실히 추적해 공과를 재조명하고, 과실이 많다면 홍범도 장군로를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은 “도로명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으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과 대전지역 보훈 단체들도 이 시장의 발언에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송 대표의 발언 이후 자신의 SNS에 “부패한 송사리 한 마리가 대전천을 더럽히고 가는구나. 썩고 부패한 송사리가 갈 곳은 감옥뿐…”이라고 올렸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강원이나 부산, 전북 등 타 시·도는 정당과 이념, 정파 등에 구애받지 않고, 지역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유독 대전 등 충청권에서만 이념과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에 휘둘리면서 지역 발전을 오히려 저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결국에는 내년 총선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보니 어떤 사안인지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등의 급한 현안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들이 방관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하는 등 유독 협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충청권의 경우 과거 삼국시대와 같이 지역간 묘한 감정이 섞여 있어 현안에 집중이 안되고 있다”며 “협치를 바탕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시민들이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주권자들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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