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엇갈린 미래 전략… KB는 비은행 출신 회장 선임, 우리는 M&A ‘하세월’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취임 후 6개월 간 인수전 ‘답보’
비은행 강한 KB·은행 의존하는 우리, 상반기 실적 명암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미래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KB금융은 비은행 출신 회장을 선임하며 기존의 낡은 은행 중심의 성장 전략을 벗어나기 위한 닻을 올린 반면, 우리금융은 관료 출신 임종룡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후 반년이 지나도록 보험사, 증권사 인수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인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많은 순이익을 내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보험, 증권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는데 계속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 경우 지주사 간 경쟁에서 계속 뒤처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KB금융, 보험사 인수 주도한 ‘전략통’ 양종희 회장 선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을 낙점했다. 양 회장 내정자는 허인 KB금융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HD은행 회장과 경합을 벌인 끝에 3년 임기의 지주 회장으로 최종 선택을 받았다.
양 내정자는 KB금융이 비은행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한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지난 2008년 KB국민은행 서초역지점장을 지낸 뒤 지주로 합류한 그는 KB금융 전략기획부장과 전략기획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거쳤다.
양 내정자는 특히 지난 2014년 LIG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당시 전략기획담당 상무였던 그는 임영록 전 회장과 윤종규 현 회장을 연이어 보좌하며 인수전을 주도했다. KB금융은 롯데그룹과 동양생명, MBK파트너스 등 굵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LIG손보 인수에 성공, 2015년 KB손해보험을 출범시켰다. 2016년에는 KB손보 대표로 자리를 옮겨 5년 만에 지주 내 핵심 계열사로 키우기도 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허인 부회장이 회장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KB국민은행 지점장과 주요 부서 임원을 거쳐 부행장, 행장을 거친 정통 ‘은행맨’이다. 양 내정자 역시 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했지만, 이른 시기에 지주로 합류한 뒤 최근까지 보험사 경영에 주력했다. 이 때문에 이번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은 은행 출신의 허 부회장과 비은행을 대표하는 양 내정자의 대결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윤 회장 임기 동안 KB손보와 KB라이프생명을 인수하며, 지주사 중 가장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양 내정자 선임은 기존의 은행 중심 경영 구조를 벗어나, 앞선 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수익원을 더욱 다변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금융, 회장 취임 반년 지나도록 보험·증권사 인수 답보
반면 우리금융은 KB금융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이 보험사 인수로 재미를 본 뒤 아예 신임 회장까지 비은행 전략통을 선임한 반면, 우리금융은 여전히 인수·합병(M&A) 작업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과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그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하던 시절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인수에 성공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고위 관료 출신인 데다, 비은행 인수전에서의 승리 경험도 있는 임 회장이 이른 시일 안에 보험사나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금융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실제로 임 회장은 취임 초반부터 “증권사 인수 계획이 있고, 좋은 물건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임 회장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지난 5월 LS그룹의 품에 안긴 이후로는 중대형 증권사 매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매각설이 제기됐던 유안타증권은 최대 주주인 대만 유안타그룹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당분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보험사 인수 역시 멀어진 상태다. 최근 매물로 나왔던 KDB생명은 경쟁사인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이다. MG손해보험이 최근 매각 작업이 재개됐고 이어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 등이 매물로 나올 예정이지만, 우리금융이 인수에 별다른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증권사 인수는 추진하겠지만, 보험사와 카드사는 계획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KB-우리, 지주사 실적 차 더 벌어질 수도
여러 비은행 계열사를 보유한 KB금융과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은행에 의존하는 우리금융은 올해 실적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KB금융은 보험사 등 계열사가 많은 이익을 내면서 지주 전체 실적이 개선된 반면,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부진한 실적을 냈다.
KB금융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2조99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에 해당된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2조6262억원의 순이익을 낸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1위 금융지주사로 입지를 굳혔다.
계열사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늘어난 1조858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KB손보와 KB라이프의 합산 순이익은 74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했다. 두 보험사가 상반기에 기록한 순이익 규모는 은행의 절반 수준에 가깝고, KB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25%에 달했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순이익이 1조53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감소했다. 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를 넘는 우리은행은 상반기 순이익이 5.3% 감소한 1조4720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과 같이 보험사나 증권사를 두고 있지 않아 은행의 실적 부진을 다른 계열사로 만회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보험사와 증권사를 두고 있지만, 비은행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 인수에 나서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우리금융이 M&A에 계속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 경우 경쟁 지주사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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