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지 며칠이나 됐다고..특급 신인도 쓰러진 양키스, 지독한 ‘부상 DNA’[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사실상 시즌을 망친 양키스가 또 하나의 악재를 맞이했다. 이쯤되면 팀의 'DNA'가 아닌가 싶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9월 11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 외야수 유망주 제이슨 도밍게즈가 시즌아웃됐다고 전했다.
MLB.com에 따르면 도밍게즈는 우측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대부분의 경우 토미존 수술로 이어지는 그 부상이다. 양키스 애런 분 감독은 도밍게즈가 수술대에 오를 것이며 복귀까지 9-10개월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내년 후반기에야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키스 입장에서는 큰 충격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2003년생 외야수 도밍게즈는 양키스 팀 내 2순위 유망주로 지난 2일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한지 채 열흘도 되지 않은 특급 유망주가 큰 부상을 당해 시즌아웃은 물론 다음시즌도 제대로 뛸 수 없게 됐다.
도밍게즈는 양키스가 기다리던 유망주였다. 2019년 510만 달러의 큰 계약금을 받고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양키스에 입단한 도밍게즈는 2020년부터 꾸준히 TOP 100 유망주 명단을 지켰다. 5툴 플레이어가 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MLB 파이프라인은 보 잭슨, 미키 맨틀, 마이크 트라웃(LAA)과 같은 특급 스타와 비견될 재능을 가졌다고 기대했다. 도밍게즈의 별명은 'The Martian(화성인)'. 그야말로 '탈(脫) 지구인 급' 재능이라는 의미로 그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도밍게즈는 올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더블A에서 보냈고 더블A 109경기에서 .254/.367/.414 15홈런 66타점 37도루를 기록했다. 대단한 수치는 아니지만 8월말 트리플A에 오른 뒤 트리플A 9경기에서 .419/.514/.581 10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폭발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난 2일 빅리그에 데뷔했다. 양키스가 8월말 해리슨 베이더(현 CIN)를 웨이버 공시한 것도 도밍게즈의 데뷔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도밍게즈는 데뷔와 함께 양키스 중견수 자리를 꿰찼고 데뷔전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틀에 한 번씩 홈런포를 가동한 도밍게즈는 지난 9일에는 시즌 4호 홈런과 함께 데뷔 첫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전설'인 맨틀 이후 한 경기에서 홈런과 도루를 동시에 기록한 최연소 양키스 선수가 됐다. 데뷔 첫 8경기에서 .258/.303/.677 4홈런 7타점 1도루를 기록한 도밍게즈는 올해 개막전에서 데뷔했지만 시즌 내내 부침을 겪은 앤서니 볼피보다 더 강렬하게 커리어를 시작했다.
양키스는 올시즌 카를로스 로돈의 영입이 대실패가 되며 30년만의 최악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커진 상황. 도밍게즈의 화려한 등장은 최악 시즌의 아픔을 딛고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하지만 그 빛은 단 8경기만에 꺼졌다.
양키스는 누구보다 부상에 아픈 기억이 많은 팀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지독히도 부상 악령과 싸워왔다. 팀의 주장인 애런 저지는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보다 미달한 시즌이 더 많고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양키스에서 6년 동안 규정타석을 단 두 번 밖에 채우지 못했다. 올시즌 방출된 애런 힉스도 거의 매년 부상에 시달려 장기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퇴출'을 당했고 2019-2021시즌에는 3년 연속 주전 라인업의 절반 미만의 선수들만이 규정타석을 충족시켰다.
마운드도 마찬가지. 올시즌 대형 계약을 맺자마자 부상을 당한 로돈이 팀에 좌절을 안겨줬고 최근 10년 중 7번의 시즌에서 규정이닝을 충족시킨 선발투수가 단 한 명 뿐이었다. 불펜에서도 이제는 사실상 존재가 잊혀가는 잭 브리튼을 비롯해 조나단 로아이시가, 토미 케인리, 스캇 에프로스 등 필승조를 맡아야 할 투수들이 대부분 부상을 경험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사실상 한 번도 '완전체'로 시즌을 치러본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역시도 투타 주축이 돼야 할 선수들이 대거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망쳤다.
팀이 역대급 계약을 안기고 데릭 지터 이후 공석이었던 '캡틴' 자리까지 내준 저지가 9년 계약 첫 해부터 부상을 경험한 양키스는 주축 선수의 부상이라면 '치가 떨리는' 수준이다. 하지만 외야 중앙을 지키는 팀의 미래로 기대한 도밍게즈마저 데뷔시즌부터 큰 부상을 당해 장기 결장을 하게 됐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건강하게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팀 성적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매년 부상에 울고있는 양키스의 '부상 DNA'는 메이저리그에서 채 10경기도 뛰지 않은 특급 신인에게까지 옮겨갔다. 과연 양키스가 언제쯤 '건강한 팀'으로서 다시 야구계 최고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되찾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제이슨 도밍게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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