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를라"…치솟는 이자에도 CB 발행하는 상장사들

김응태 2023. 9.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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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사정이 급한 코스닥 상장사들이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전환사채(CB) 발행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높은 이자율로 CB를 발행할 확률이 높다"며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전환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면 지분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존 주주 입장에서 CB 발행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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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CB 발행액 1.4조…전년比 31.4% 증가
코스닥 상장사들, 만기이자율 7~8% 적용
시장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 부담에 이자율 급등
전환청구권 행사로 기존 주주가치 희석 우려 커져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자금 사정이 급한 코스닥 상장사들이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전환사채(CB) 발행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주가가 올라야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전환사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대외 경제가 불확실해 주가 하락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현재로선 CB 매수자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업들의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월3~9월11일) CB 발행금액은 1조46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금액 1조1124억원 대비 31.4% 증가한 수준이다. CB 발행건수는 57건에서 71건으로 24.6% 늘었다.

하반기 상장사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CB 발행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CB는 상장사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일종의 채권으로,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CB 매입자는 주가보다 전환가격이 낮을 때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차익을 누릴 수 있고, 주가보다 전환가격이 높다면 전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만기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옵션을 제공함에 따라 상장사들은 일반 회사채 발행에 비해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금리 상승 국면에서 CB 발행을 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회사채 등에 비해 금리가 낮다지만 CB 발행 이자율 역시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85억원 규모의 14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엔케이맥스(182400)는 만기이자율 7%, 표면이자율 0%를 적용하기로 했다. 만기이자율은 전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금리이며, 표면이자율은 채권 액면가에 대해 지급받는 이자율이다. 같은 날 소니드(060230)도 시설 및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100억원의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하면서 만기이자율 8%, 표면이자율 2%를 제공하기로 했다.

더코디(224060)는 지난 5일과 6일 연달아 CB 발행키로 하면서 높은 이자율을 적용했다. 지난 5일에는 60억원 규모의 9회차 CB를, 6일에는 40억원의 8회차 CB를 발행키로 했는데, 2건 모두 만기이자율 7%, 표면이자율 5%를 책정했다.

글로벌 긴축 정책이 장기화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제기되자 이자율이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긴축 사이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향후 주가 하락 부담이 커진 것도 이자율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힌다. 통상 주식시장이 호조 흐름을 보이며 전환사채의 전환가격 대비 주가 상승이 예상될 경우 0%대의 이자율로 발행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식 시장이 악화해 주가 매력이 떨어지면 채권 이자율은 높아진다.

CB 발행을 결정한 상장사 주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후 전환청구권 행사로 발행주식수가 늘어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CB 발행 후 통상 3개월마다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진행되며 전환가액이 하락할 경우 발행 주식 수가 애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높은 이자율로 CB를 발행할 확률이 높다”며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전환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면 지분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존 주주 입장에서 CB 발행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응태 (yes0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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