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믿고 우익수 맡겨 성공한 4520억 홈런왕, 실버슬러거→골드글러브 갈아 타나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올시즌 김하성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타티스는 지난해 금지약물 양성 반응에 따라 MLB로부터 8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앞서 3월 손목 수술을 받고 막 복귀하려던 8월에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타티스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그리고 올시즌 개막 후 남은 징계를 소화하고 지난 4월 21일(이하 한국시각) 복귀해 2021년 10월 4일 이후 무려 1년 6개월여만에 빅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그의 포지션은 더 이상 유격수가 아니었다. 복귀전이었던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그는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유가 있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공격형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11년 2억8000만달러의 거액을 주고 데려왔다. 지난해 타티스 대신 유격수로 자기 몫 이상을 해낸 김하성은 밀려나 듯 2루로 옮겼고, 기존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는 1루수로 변신해 포지션 연쇄 이동이 벌어졌다.
물론 김하성의 유틸리티 능력을 믿고 이런 조치가 가능했겠지만, 타티스가 외야로 옮긴 뒤 공수에 걸쳐 제 몫을 해 줄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일단 수비력에서 주전 우익수로 변신한 것은 성공에 가깝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루머스(MLBTR)는 11일 '새로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The New Fernando Tatis J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23년 타티스가 맡은 포지션이 수비가 중요한 최상위급 위치는 아니지만, 그의 수비 가치는 치솟았다'면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3시즌 동안 유격수로 OAA(평균대비아웃생산)가 -10, DRS(실점억제수비)가 -9로 평균 이하의 수비력을 보였던 그는 올해 전체 야수들 중 OAA가 +12로 7위, DRS는 +25로 1위'라며 우익수 변신에 성공했음을 수치로 전했다.
그러면서 '샌디에이고는 올해 잰더 보가츠, 매니 마차도, 다르빗슈 유가 부진한 반면 블레이크 스넬, 후안 소토, 그리고 김하성의 뛰어난 퍼포먼스가 주목받았다'며 '타티스는 더 이상 유격수가 아니다. 보가츠와 김하성이 내야진을 두텁게 대체해 준 덕분에 3억4000만달러(약 4520억원) 사나이 타티스가 외야 주전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즉 김하성이 2루수 뿐만 아니라 유격수와 3루수로 각각 보가츠, 매니 마차도의 백업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덕분에 타티스가 마음놓고 외야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타티스는 공격에서는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날 현재 타율 0.257(505타수 130안타), 23홈런, 71타점, 80득점, OPS 0.777을 마크 중인데, 홈런이 2021년의 절반 수준이다. 그는 2021년 546타석에서 42홈런으로 NL 홈런왕에 올랐지만, 올시즌에는 558타석에서 23홈런을 쳤을 뿐이다.
MLBTR은 'wRC+는 여전히 평균보다 높은 +114지만, 2021년 오타니 쇼헤이에 이어 2위였던 ISO(장타율-타율)가 0.198로 48위로 하락했다'면서 '이것은 그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타티스는 팀내에서 fWAR은 김하성(4.5), 소토(4.2)에 이어 4.0으로 3위이며, bWAR은 김하성(5.9)에 이어 4.9로 2위다. 공격력만 따진 bWAR에서는 소토가 4.7로 팀내 1위, 김하성이 4.5로 2위, 보가츠가 3.7로 3위, 그리고 타티스가 2.6으로 4위다.
뛰어난 외야 수비력에 비해 방망이 실력은 2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무뎌졌다. 2020~2021년, 2년 연속 유격수로 실버슬러거에 선정된 타티스가 올해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탈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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