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이탈, 나폴리에 치명적" 칸나바로도 인정한 김민재의 존재감→"너무 싸게 팔았어!" 현지의 비판도

한유철 기자 2023. 9. 12.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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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한유철]


김민재는 떠났지만,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남아 있다.


대한민국의 '철기둥' 김민재, 그는 프로 데뷔 이후 멈출 줄 모르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주 한수원을 거쳐 2017년 전북 현대에 입단한 그는 데뷔 첫해 전북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곧바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190cm의 피지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 뛰어난 수비력 및 빌드업 능력은 그를 단숨에 리그 최고의 센터백으로 만들었다. 이 시즌 김민재는 K리그1 영플레이어상과 베스트11을 휩쓸었다.


데뷔 시즌부터 뛰어난 활약을 한 김민재. 그의 다음 행선지는 중국이었다. 국내 팬들은 이러한 선택을 아쉬워했다. 몇몇 유럽 클럽들도 김민재의 영입에 관심을 보였기에 팬들은 그가 중국이 아닌 유럽으로 가기를 바랐다. 중국으로 가는 것이 커리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김민재는 중국에서도 여전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했다. 우려한 만큼, 유럽 구단들의 관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2021년, 김민재는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행선지는 튀르키예 리그의 페네르바체. 빅 리그는 아니었지만, 유럽 무대 첫 경험으로 삼기엔 충분히 좋은 팀이었다. 김민재는 어틸러 설러이와 호흡을 맞추며 팀을 이끌었고 그를 향한 유럽 팀들의 관심은 더욱 늘어났다.


한국과 중국, 튀르키예까지. 몸을 담그는 곳마다 빠르게 적응을 마친 김민재는 유럽 진출 1년 만에 빅 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행선지는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나폴리. 축구 팬들은 '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클럽에 '수비수' 김민재가 합류한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우려점도 있었다. 급격한 리그 수준의 증가로 인해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었다. 또한 김민재가 대체해야 하는 선수가 나폴리의 '리빙 레전드' 칼리두 쿨리발리라는 점도 한 가지 이유였다. 나폴리 현지 팬들 역시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됐던 쿨리발리를 페네르바체 출신의 아시아 선수가 대체한다는 것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재는 실력으로 증명했다. 아미르 라흐마니와 탄탄한 센터백 듀오를 구축한 김민재는 나폴리의 핵심이 됐다. 나폴리는 김민재의 활약에 힘입어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스쿠데토를 들어 올렸고 김민재는 시즌 후, 이탈리아 세리에 A 베스트 수비수에 선정됐다.


그런 김민재에게 극찬이 쏟아졌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나폴리의 리그 우승에 김민재의 역할이 컸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민재, 나폴리의 세리에 A 우승을 책임진 벽"이라는 타이틀을 달며 '일대기' 형식으로 김민재에 대해 적어 내려갔다.


'ESPN'은 세리에 A에서 김민재의 성공은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였다. 매체는 "세리에 A는 김민재가 재능을 발휘하기에 이상적인 리그다. 카테나치오로 대표되는 세리에 A는 김민재의 능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폴리와 계약한 지 60일 만인 9월, 김민재는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나폴리의 성공이 김민재 덕이라는 것을 전 세계가 이해하는 데에는 몇 달도 걸리지 않았다"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이어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토털 플레이를 즐겨 하는데, 공격진이 더욱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데에는 김민재의 빌드업 능력이 한몫 했다. 그는 볼을 갖고 전진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스피드와 예측력은 경기의 판도를 바꿀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ESPN'의 극찬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김민재는 나폴리 역사에 남을 것이 분명하다. 피오트르 지엘린스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빅터 오시멘이 공격에서 빛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버텨준 건수. 디에고 마라도나와 모든 나폴리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시아에서 온 세계 최고의 수비수.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축구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김민재를 데려오지 않은 선택이 후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영국 매체 '기브 미 스포츠'의 폴 브라운 기자는 토트넘 훗스퍼가 김민재를 영입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포기한 것이 '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트넘이 김민재 영입에 얼마나 가까웠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그를 데려오지 않은 것을 실수라고 말하긴 싫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토트넘은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단숨에 '월드 클래스'가 된 김민재. 그는 이후,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가장 적극적인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라파엘 바란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외엔 마땅히 쓸 자원이 없었던 맨유는 2023-24시즌 더욱 빡빡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스쿼드 보강을 추진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은 김민재의 영입을 원했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리 매과이어 매각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유력하다는 말은 계속 나왔지만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파리 생제르맹(PSG)은 하이재킹을 고려했고 '원 소속팀' 나폴리는 바이아웃 조항을 삭제하는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뮌헨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뮌헨 소식에 정통한 독일 '스카이 스포츠'의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가 이적설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소식이 업데이트됐다. 상황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뮌헨은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컨디션이 떨어진 김민재를 위해 직접 한국으로 날아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바이아웃 지불도 마무리됐다. 이탈리아 매체 ‘코레에레 델로 스포르트’는 “김민재는 나폴리의 수비수 명단에서 빠졌다. 뮌헨은 그의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한 뒤 나폴리와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이제 남은 것은 공식 발표를 기다리는 것뿐이다"라고 밝혔다.


모든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리고 오피셜이 나왔고 김민재는 정식으로 뮌헨 선수가 됐다. 기초군산훈련으로 인해 합류는 늦었지만, 김민재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그는 첫 훈련에서 뮌헨 동료들과 첫 만남을 가졌고 반갑게 인사도 나눴다. 뮌헨은 공식 SNS를 통해 김민재의 개인 훈련 영상을 게재했는데, 자전거를 타는 김민재에게 선수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월클' 미드필더인 조슈아 키미히를 비롯해 새 시즌 김민재의 파트너이자 경쟁자가 될 다요 우파메카노와도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버선발로 김민재를 반겼다. 뮌헨 공식 SNS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김민재에게 달려와 격한 포옹을 하고 볼을 쓰다듬으며 격렬한 환영을 했다. 그는 "너는 여기서 매우 잘 할 거야" "네가 여기 와서 정말 행복해", "뮌헨 생활이 맘에 들거야. 내가 약속해" 등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김민재에게 긍정적인 말들을 열거했다.


영입 당시부터 김민재의 입지는 보장됐다고 할 수 있었다. 시즌 돌입 후, 김민재는 '당연하게' 뮌헨의 주전 수비수가 됐다.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 경기에서 공식적인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후 뮌헨이 치른 리그 3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지적을 받긴 했지만, 그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난 3라운드에선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나폴리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고, 뮌헨에서까지 주전으로 자리 잡은 김민재. 최근엔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수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발롱도르 명단에 언급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이었다.


최종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의 이름만 확인하더라도, 김민재의 가치가 얼마나 치솟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발롱도르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능력'을 지닌 선수들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제외하더라도 발롱도르 수상자들은 공격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수비수가 발롱도르에 선정된 것은 2006년 파비오 칸나바로가 가장 최근이다. 이후 버질 반 다이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상의 영예는 누리지 못했다.


이번 명단에서도 공격수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했다. 메시를 비롯해 킬리안 음바페, 카림 벤제마, 앙투안 그리즈만, 엘링 홀란드 등. 30명 중에서 과반수에 해당하는 15명이 공격수였다. 케빈 더 브라위너, 자말 무시알라, 마르틴 외데가르드, 주드 벨링엄 등 공격적인 능력을 지닌 미드필더까지 합한다면, 그 수치는 더욱 높다.


수비수는 단 3명 뿐이다. 김민재를 비롯해 맨체스터 시티의 트레블을 이끈 후벵 디아스와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배출한 최고 스타인 요슈코 그바르디올이 그 주인공. 두 선수가 떨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김민재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다.


아시아 선수로서 새 역사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역대 발롱도르 순위에서 아시아 선수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2022년 손흥민이다. 당시 그의 순위는 11위였다. '선정' 자체만으로는 박지성, 설기현도 있지만 이들은 표를 받은 적은 없다. 투표를 받은 것은 손흥민이 처음이었으며 2회 이상 후보에 선정된 것 역시 손흥민이 유일하다. 김민재의 지난 시즌 활약을 고려했을 때, 득표는 유력하다. 이제 주목할 부분은 김민재가 손흥민을 넘어 아시아 최고 순위를 경신하냐는 것이다. 당시 손흥민은 점수로 5점을 받았었다.


사진=발롱도르
사진=발롱도르

승승장구하는 김민재를 본 나폴리는 후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김민재를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후회는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탈리아 매체 '아레아 나폴리'에 따르면, 이탈리아 언론인 젠나로 몬투리는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회장은 김민재에 대해 너무 좁은 시야를 갖고 있었다. 그렇게 낮은 바이아웃 금액을 삽입한 이유가 무엇인가. 뮌헨은 매우 적은 돈으로 핵심적인 선수를 잃은 나폴리를 비웃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탈리아의 '전설' 파비오 칸나바로 역시 김민재가 빠진 나폴리를 우려했다. 이탈리아 매체 '일 마티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폴리는 이전에 나를 보냈었다. 당시 Gis라는 위성 구단이 만들어졌고 그곳의 감독은 내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줬다. 그리고 얼마 후, 나폴리는 다시 나를 불렀다. 가에타노 데 로사도 Gis에 있었고, 우리는 세리에 A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가 됐다. 이게 내 커리어의 첫 번째 단계였다. 다른 하나는 내가 살았던 로지아와 산 파올로 경기장 광장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경기를 했던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인터밀란, AC 밀란, 유벤투스, 나폴리가 이번 시즌 스쿠데토 경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준화가 됐지만 전체적으로 하락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나폴리만큼의 경쟁력을 보이는 팀은 없을 것이다. 지난 시즌 팀의 핵심이었던 김민재의 이탈이 나폴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다. 3경기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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