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쌓기마저 사라졌다"… '원내투쟁 실종'에 민주당서도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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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정기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몰두하면서 당내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연일 다수 인원을 동원해야 하는 장외집회뿐 아니라 단식, 삭발 등 강경 투쟁을 벌이면서 "명분 쌓기라도 했던 노력마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민주당은 9월 1일 정기국회 개막일부터 11일까지 당내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 등을 동원한 장외 일정을 9차례 진행했다.
강경 일변도의 장외투쟁에 대한 여론의 피로도 역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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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인지 시민단체인지 모르겠다" 한숨
낮은 원내투쟁 효능감, 선명성 경쟁 배경
'정기국회 꽃' 내달 국정감사도 정쟁될 판
9월 정기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몰두하면서 당내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연일 다수 인원을 동원해야 하는 장외집회뿐 아니라 단식, 삭발 등 강경 투쟁을 벌이면서 "명분 쌓기라도 했던 노력마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원내 입법투쟁의 낮은 효능감과 내년 총선에서의 선명성 경쟁을 의식한 의원들의 강성 행보가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국회 12일 중 9일간 장외집회
민주당은 9월 1일 정기국회 개막일부터 11일까지 당내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 등을 동원한 장외 일정을 9차례 진행했다. 정기국회 개막 이후 12일 동안 9일을 장외로 나간 셈이다. 평일 저녁마다 국회 본청 앞에서 개최되는 '촛불문화제'(6회),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주말 '범국민대회'(2회),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에 대한 국회 규탄대회(1회) 등이다.
장외투쟁 강도도 심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고, 지난 7일에는 전북 지역 의원 8명 전원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단체 삭발식을 진행했다.
강경일변 투쟁 방식 피로감 호소
문제는 명분을 차곡차곡 쌓는 절차를 생략한 채 장외부터 나가는 현상이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경 일변도의 장외투쟁에 대한 여론의 피로도 역시 크다.
일례로 새만금 예산 삭감 문제의 경우, 민주당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채 2,000여 명을 동원한 규탄대회를 열고 의원 삭발부터 감행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원내 1당은 국회 활동을 바탕으로 정당성을 획득해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 정당인지 시민단체인지 모를 정도"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서 원내투쟁이 실종된 배경에는 ①낮은 원내투쟁 효능감과 ②총선을 의식한 선명성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까지 압도적 의석수를 바탕으로 양곡관리법, 간호법, 특별검사법 등 법안을 앞세워 집권여당과 대치해 왔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폐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원내투쟁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번 정기국회 개막 후 당의 입법전략을 논의하는 정책 의원총회도 개최되지 않았다.
장외투쟁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나 강성 지지층에게 선명히 각인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대통령이 아예 국회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180석을 갖고 뭐하고 있느냐'는 비판을 들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의 시간' 국정감사에 대한 우려도
그러나 장외투쟁이 예전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매주 장외로 나가 같은 주장만 되풀이하니 감동도 떨어지고 국민들의 참석도 줄고 있다"며 "여론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니 발언만 세게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국회의 꽃'이나 '야당의 시간'으로 불리는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동력 분산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이대로라면 국감에서도 콘텐츠로 승부하기보다 정쟁으로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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