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실크로드 격돌

이선정 기자 2023. 9.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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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비단길)는 고대 동서양을 잇는 주요 교통로였다.

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 및 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횡단하는 장대한 무역로다.

북방 유목민이 아시아와 유럽 사이를 오가며 동아시아에서 얻은 비단 등을 팔고, 로마제국이나 중동에서 가져온 물건을 아시아에 팔았다고 해서 실크로드로 명명됐다.

비단길이 부활한 건 중국이 10년 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주창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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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비단길)는 고대 동서양을 잇는 주요 교통로였다. 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 및 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횡단하는 장대한 무역로다. 북방 유목민이 아시아와 유럽 사이를 오가며 동아시아에서 얻은 비단 등을 팔고, 로마제국이나 중동에서 가져온 물건을 아시아에 팔았다고 해서 실크로드로 명명됐다. 상품 교역로를 넘어 인류 문명의 교류 통로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단길이 부활한 건 중국이 10년 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주창하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직후인 2013년 9월 시작된 일대일로는 중국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을 철도와 항구로 잇는다는 구상으로, 중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권이자 문명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강력한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일대일로는 승승장구했다. 2022년 기준 참여국은 152개국으로 늘었고, 중국의 누적 투자액도 962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일대일로 10년을 맞은 최근 균열이 뚜렷하다. 항만 발전소 등 인프라를 확대하고자 중국으로부터 일대일로 사업 명목의 대규모 차관을 받았던 잠비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저개발국은 줄줄이 국가부도 사태를 맞거나 경제파탄에 빠졌다. 5% 고금리의 빚을 갚지 못하면 기간시설 운영권을 넘겨야 해 서방 표현으로 이들 국가는 ‘채무의 덫’에 빠졌다. 미국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강하게 압박하면서 일대일로 사업이 타격을 입은 면도 크다. 2019년 3월 주요 7개국(G7) 중 처음이자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에 참가한 이탈리아가 탈퇴를 추진 중이어서 중국은 비상이 걸렸다.

이런 와중에 미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이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참여국 간 IMEC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IMEC는 미국 주도로 인도-중동-유럽을 철도 항구 등 인프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겨냥한 미국판 일대일로다.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안보 동맹),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등에 이어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들어낸 또 다른 다국적 이니셔티브인 셈이다. 미국은 다음 달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 주재로 열릴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코앞에 두고 선제공격을 날렸다. 중국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선정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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