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자영업 시장에서 혁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필자는 기술 기반의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발굴·보육해 투자하고 있다. 다양한 생활영역, 산업영역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던 숱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기업을 올해까지 2750곳 정도 만난 것 같다.
그중에서 지난 10년간 50여 기업에 투자를 했는데, 발굴·보육한 기업 수에 비해 투자 건수가 적은 이유는 비타민과 진통제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겠다. 비타민은 있으면 좋은 정도지만 진통제는 없으면 당장 죽을 것 같은 고통을 해결해 준다. 진통제처럼 한번 쓰면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가 되는 비즈니스들은 참 찾기가 힘든 까닭이다.
그러나 최근 4~5년간 자영업 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보며, 또 앞으로 일어날 혁신을 상상해 보면, 자영업자들 혹은 소비자들에게 진통제와 같은 역할을 할 혁신 비즈니스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필자가 바라보는 자영업 시장의 변화는 이렇다. 코로나19와 현재의 경기 악화는 유례없는 경기침체와 고금리 환경을 견인할 것이고, 이로 인한 기업의 구조조정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여진다. 구조조정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퇴사자들은 과거와는 달리 자녀들의 학비, 주거비용의 상승으로 인한 퇴직금 중간 정산 계층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분들 중에서 자영업, 혹은 소상공인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사람들은 치솟은 인건비, 구인의 어려움, 높은 식자재 비용, 경영관리의 어려움, 매장관리, 세금관리 등 무수히 많은 부분을 1인이 혼자서 통제하고 또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자영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들을 해결해 주는 비즈니스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있으면 좋은 비타민이 아닌,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진통제의 역할을 하리라는 확신이 있다.
최근 프로젝트 펀드(투자 대상 기업을 확정해 둔 투자조합)를 결성해, 자영업 시장의 혁신을 가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를 했는데, 물론 부산 스타트업들이다.
테이블 키오스크를 만드는 타키라는 기업은 자영업자의 구인 어려움과 인건비를 해결해 주는 ‘주문결제 테이블 키오스크 제조사’이다. 테이블 키오스크에서 주문받은 내역이 POS를 통해, 주방과 결제 단말기에 오류 없는 정보를 전송해주는 기술이 중요한데, 99.99%의 주문 전송률이 가능한 키오스크를 시중 키오스크보다 월등히 저렴하게 제공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씨픽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선동, 냉동 수산물 식자재를 저렴하고 균일한 품질로 공급하는 회사인 씨라이프사이언스랩은 자영업자가 알기 힘든 식자재 유통을 디지털로 혁신한 기업이다. 최근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원전 오염수에 100% FREE 수산물 식자재’를 선언했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도 이 회사가 가진 차별적 유통 역량이다.
이런 회사들 외에도 자영업자의 다양한 고충을 해결해 주는 비즈니스들을 발굴하고 투자하기 위해, 당분간은 5호 투자조합까지 계속해서 자영업 시장을 혁신하는 기업에 투자하려고 한다.
자영업 시장으로 유입되는 잠재적인 자영업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판단 된다. 제2의 인생, 혹은 일자리 부족으로 스스로 자영업자가 된 청년 장사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있다. “분명히 벌고는 있는데, 남는 게 없어요” 이다. 맞다. 과거에는 인건비, 식자재, 무엇이든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시기엔 매출만 생각하더라도 크게 무리가 없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비용의 영역은 잘 통제하고, 소비자가 저항감을 가지는 가격대는 회피하면서 영업이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자영업을 준비할 때 이제는 이런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수단을 반드시 고려하고 자영업을 준비해야 한다. 결제 유통 주문 예약 세금관리 재고관리 등 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혁신 비즈니스가 나올 것이고 눈 여겨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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