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팔방미인 유산균
“방광염이 자주 재발하니 ○○○ 약제와 유산균 질정을 처방해 드릴게요.” “아니, 선생님. 유산균이 거기서 왜 필요한가요?”
장에 좋다는 유산균이 방광염 치료에 뜬금없이 왜 나타났을까? 건강기능식품 광고 중 눈에 띄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산균’ 광고일 것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 자료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2021년 기준 약 5조 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18%(약 9000억 원) 정도 비중을 차지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홍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기능식품시장 중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품목이다. 그럼 이 프로바이오틱스는 과연 무엇인가?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정량 섭취됐을 때 숙주의 건강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생균으로 정의한다. 그리스어로 ‘생명을 위한’이라는 뜻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해 ‘생명’을 지키는 일등 공신으로 기능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프리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와 구별되는데,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 원료이고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사균으로 주로 유산균의 대사산물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는 어떤 관계일까? 유산균(lactobacillus)은 포도당이나 유당을 분해해서 유산이나 초산 등 유기산을 만드는 세균으로,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 내에 속하는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두 개를 같은 개념으로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바이오틱스에 속하는 유산균들은 장 내 유해세균(이질균, 병원성 대장균, 포도상구균, 비브리오균 등)의 번식을 막고 장 내 정상균총의 유지시킨다. 또 이미 있는 장내 유해 물질을 분해해 면역력 증진을 돕고 장 내 미생물의 기능장애와 비정상적인 장 투과성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위궤양의 주범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
이렇게 팔방미인인 유산균을 재발성방광염 환자에게 처방하면 의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질에서 유산균(lactobacilli)이 질염 및 방광염을 일으키는 유해균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널리 증명됐기 때문에 1990년대부터 유산균을 이용해 방광염 재발을 억제하거나 또는 방광염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방광에서도 건강인의 경우 유산균이 상재한다는 많은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항생제의 사용은 유해세균도 없애지만 우리 몸에 상재하는 좋은 유산균도 줄여서 장기적으로는 해로울 수밖에 없다. 한 연구에서 70명의 여성에게 요로감염으로 항생제를 사용한 후 4~6시간 후에 질에서 검사했더니 14%의 여성에서만 유산균의 집락화가 보였다는 결과를 볼 때 내재 유산균에 대한 항생제의 좋지 않은 효과가 어느 정도 인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사람 몸속에는 100조 마리의 미생물이 산다. 단순히 균이 아니라 우리 몸의 구성원으로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최근 항생제 내성균이 급격히 증가하고, 새로운 항생제는 개발이 더딘 만큼 향후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 연구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임상적으로는 프로바이오틱스 처방이 아직 활발하지 않고 오히려 수많은 건강식품회사에 휘둘리는 형국이다. 이는 아직까지는 특정 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특정 프로바이오틱스의 종류나 효과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로감염의 재발을 막는 방법에 있어서도 다재요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아직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한 가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 있어서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는 여러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후 프로바이오틱스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특정 제품 유산균이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복용하면 질이나 방광에서 잘 집락화되어서 임상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고 부작용은 없는지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의사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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