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으로 세상 보듯…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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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14일부터 약 두 달간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전을 통해 국내 작가 13인의 구상 작품을 소개한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이 영국 작가 이시 우드(30)의 개인전을 연다.
일민미술관은 우드가 쓴 블로그 글 일부를 골라 한국어로 번역한 책 '퀸 베이비'를 이번 전시에 맞춰 출간했다.
윤율리 책임큐레이터는 "우드의 실험은 회화를 내용이나 형식, 공간이나 평면 등 어느 하나로 환원하려는 전통적인 시도에 혼란을 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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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회화 47점-설치작품 등 전시
본인 이야기 담은 뮤직비디오 상영
블로그에 쓴 일기 번역한 책 출간
7일 개막한 우드의 개인전 ‘I Like To Watch’는 신작 회화 47점과 설치·영상 작품, 출판물을 선보인다. 최근 수년간 해외 미술계에서 인기를 얻었던 우드의 국내 개인전은 처음이다.
● 좁은 캔버스 속 비밀 세계
미술관 1전시실로 입장하면 캔버스의 사이즈가 관객을 당황하게 만든다. 작품 대부분이 가로세로 30cm를 넘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또 모든 작품은 절대 전체 풍경을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는 작은 슬리퍼가 놓인 카펫, 자동차 보닛의 오른쪽 부분, 피자 한 조각 등 어딘가를 확대해서 본 듯한 장면을 묘사한다. 마치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세상을 보는 듯 집착적이어서 답답함을 느끼게도 만든다. 전시장의 유일한 대형 작품은 바닥에 깔린 타일 설치작 ‘바닥2’이다. 검은 타일을 모자이크 형태로 붙인 작품 위에는 숫자만이 가득하다.
1전시실 작품들 대다수에선 작가가 일상에서 어느 부분은 보여주겠지만, 전체는 숨기겠다는 ‘보여주고 싶지만, 보여주기 싫다’는 이중적인 태도가 느껴진다.
2전시실에 가면 좀 더 큰 크기의 작품들이 나온다. 벨벳 위에 그린 ‘COP26’은 지구 위에 둥둥 떠 있는 가죽 재킷을 묘사해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이 공허한 외침으로 그치는 현실을 풍자한다. 회화 ‘오페라에서 껌을 씹는 캐리’와 ‘그렇다고 합니다’는 익살스러운 인물의 표정, 동물들 옆에 엉뚱하게 배치된 손목시계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과거와 현대 스타일 자유롭게 혼합
우드는 미술가로서는 물론이고 신예 음악가로도 주목받았다. 글로벌 갤러리인 가고시안과 유명 음악 프로듀서 마크 론슨에게 각각 음악 계약을 제안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일화가 유명하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우드는 자신의 작업이 상품화되고, 대상화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의 회화에선 중세부터 신고전주의까지 다양한 사조의 스타일을 조합하고, 아주 오래된 것 같은 풍경 위에 현대적인 대상을 올려놓는 등 혼합하는 경향이 보인다. 이는 시간적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에게 맞는 시각 언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최근 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의 회화와 음악만큼 유명한 것은 14세 때부터 블로그에 작성해온 일기다. 일민미술관은 우드가 쓴 블로그 글 일부를 골라 한국어로 번역한 책 ‘퀸 베이비’를 이번 전시에 맞춰 출간했다. 윤율리 책임큐레이터는 “우드의 실험은 회화를 내용이나 형식, 공간이나 평면 등 어느 하나로 환원하려는 전통적인 시도에 혼란을 가한다”고 했다. 이어 “일민미술관은 이런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주의 깊게 살피며 새로운 도전을 조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12일까지. 7000∼9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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