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38] 양자 컴퓨터
1920년대 양자역학을 둘러싼 논쟁은 닐스 보어를 주축으로 하는 코펜하겐 학파가 반대파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일단락되었다. 이렇게 정착된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미시 세계의 상태는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태가 확률적으로 중첩(superposition)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상자 속에 방사성물질을 넣어두면 이 물질이 핵붕괴를 일으켜 방사선을 내보낼 상태와 그렇지 않을 상태가 중첩되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중첩 상태는 우리가 검출기로 방사능을 측정하는 순간 사라지는데, 이것이 코펜하겐 해석의 측정 원리였다.
1935년에 에르빈 슈뢰딩거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역설로 코펜하겐 해석을 비판했다. 위에서 기술한 상자에 방사능이 방출되면 독가스 병이 깨지는 장치를 하고, 같은 상자에 고양이 한 마리를 넣어 두는 것을 상상해 보자. 한 시점에 방사능은 방출되거나 아니거나 두 상태로 중첩이고, 독가스는 방출되거나 아닌 상태의 중첩이다. 따라서 고양이는 죽었거나 살았거나 중첩이 된다. 쉽게 말해서, 고양이가 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은 이상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방사성물질의 핵붕괴와 고양이가 ‘얽힘(entanglement)’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상자를 열어 보는 그 순간, 측정 원리에 따라 고양이는 살아 있기도 혹은 이미 죽은 것이 되기도 한다. 슈뢰딩거는 이런 중첩 상태의 고양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코펜하겐 해석을 비판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은 거의 90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반면 양자역학의 중첩과 얽힘을 미시 세계의 속성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응용하려는 노력이 나타났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양자 컴퓨터다. 컴퓨터는 0 아니면 1의 이진법을 사용하는데,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에 등장하는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을 이용해서 0과 1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컴퓨터를 만들어보자는 시도였다. 이 컴퓨터는 보통 계산보다 (타인이나 타국의) 암호를 해독하는 데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지금은 실험실의 극저온에서 초보적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그 미래 궤적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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