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우선 배정, 절세까지…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에 뭉칫돈
하반기 두산로보틱스 등 대어(大漁)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 등장할 예정인 가운데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새로 출시된 공모주 하이일드 공모펀드에 1000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연초 이후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8000억원가량이 빠져나가는 등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서도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이일드 펀드는 투자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의 채권에 투자해 위험성은 높지만,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그런데도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뭉칫돈이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공모주 우선 배정으로 인기몰이
먼저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에는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있다. 공모주 물량의 5%를 하이일드 펀드에 우선 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모주 청약에 직접 참여해도 몇 주 받기 어려운데, 하이일드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로 공모주의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포스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모주 일반청약의 경쟁률은 884대1에 달했다. 일반 청약 시엔 거액의 증거금을 넣어도 공모주 몇 주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청약 때 증거금 1억원을 넣은 투자자도 주식을 5~6주밖에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1~22일 일반청약을 앞둔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상장 후 급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하이일드 펀드에 뭉칫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두산로보틱스의 공모가 희망밴드는 2만1000~2만6000원으로 상단에서 공모가가 확정될 경우 시가총액은 1조7000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2021년 상장 당시 공모가가 1만원이었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현재 주가는 21만원을 넘어섰고, 시총은 4조원에 이른다.
시장에선 두산로보틱스 이외에도 SGI 서울보증, 에코프로머티리얼 등 조(兆) 단위 몸값을 기대할 수 있는 대어들이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데다 내년부터 하이일드 펀드 공모주 우선 배정 비율이 10%로 늘어난다는 이유로 유입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산가엔 절세 효과도 있어
하이일드 펀드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절세 혜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절세 효과를 누리려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하이일드 펀드가 인기”라고 말했다.
하이일드 펀드는 수익 3000만원까지 15.4%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하이일드 펀드에 3000만원을 투자해 3년간 연 5%씩 수익을 거뒀다고 가정하면 최대 153만원의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공모주 우선 배정 효과와 절세 효과 이외에 채권형 펀드가 가지는 장점도 돋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가운데 내년 이후 금리가 내려간다면 채권 가격이 올라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1년 이상 가입해야 세제 혜택
다만, 모든 하이일드 펀드가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과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45% 이상을 포함해 국내 회사채를 60% 이상 담은 하이일드 펀드만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과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펀드 이름에 ‘공모주’와 ‘하이일드’가 함께 들어가 있는 펀드는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펀드다.
또 분리과세 혜택을 적용받으려면 내년 12월 31일 전에 하이일드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 가입 이후 3년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가입 기간이 1년 미만이라면 세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여러 하이일드 펀드에 가입할 수 있지만, 모든 계좌를 합산해 3000만원까지만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채권형 펀드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회사의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기업 채권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어느 정도는 이뤄진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금융 투자 상품의 특성상 당연히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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