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오쩌둥 띄우기… ‘抗美정신’ 집중 조명
탄생 130주년 맞아 대대적 선전
연내 영화-드라마 4편이상 방영
시진핑 체제 권력강화 목적도
● 마오쩌둥 관련 영화·드라마 줄줄이
11일 텅쉰왕, 신랑왕 같은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은 마오가 태어난 지 130년이 되는 날인 12월 26일 이전 방영을 목표로 그에 관한 영화와 드라마를 적어도 4편 이상 제작하고 있다. 이 영화와 드라마 대부분은 중국공산당 창설 주도와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건국 과정을 중심으로 한 마오의 생애를 다룰 예정이다.
촬영을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진 ‘피와 영광’이라는 드라마는 마오가 열혈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는 과정을 집중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텅쉰왕은 “(이 드라마는) 마오의 젊은 시절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현재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마오 관련 작품이 갑자기 증가한 것은 그가 태어난 지 130년이 된 해여서이기도 하지만 미중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현 중국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오는 장제스(蔣介石) 국민당군과의 국공내전에서 승리해 1949년 중국을 건설했다. 이후 6·25전쟁에서 한국을 침공한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며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를 내세워 미국과 정면대결한 인물로 중국에서는 받아들여진다. 또 1976년 사망할 때까지 종신 집권하면서 공산주의 이념을 강조했다.
반면 마오의 한계를 지적하며 집권한 덩샤오핑(鄧小平)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수용해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었다. 덩을 이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 미중 갈등 속 마오쩌둥 부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2기(2017∼2022년) 초반부터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자 중국 정부는 마오를 다시 부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애국주의, 중화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 세대가 가세해 마오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결전의 자세를 강조하기 위해 6·25전쟁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 ‘장진호’를 2021년 개봉했고 비슷한 시기에 6·25전쟁을 다룬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도 방영했다. 이를 통해 6·25전쟁이 중국 정부 시각으로 재조명됐고 마오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이 이 전쟁에서 숨졌다는 사실이 더해지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오를 숭상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중국 당국은 2021년 약 2개월간 마오 생가를 대대적으로 복원한 뒤 ‘홍색관광(공산주의 관련 관광)’ 대표지로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마오 서거 47주기인 9일 베이징 도심에 있는 마오쩌둥 기념당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참배객들이 건물 밖까지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이날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공식 웨이보 계정에 “마오쩌둥은 중국의 위대한 애국자”라며 “중국 인민을 이끌어 중국 운명을 바꾼 위인”이라고 올렸다. 마오가 미국에 맞선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켜 역시 미국에 맞서고 있는 시 주석에 대한 내부 충성과 지지를 더 확고히 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청년실업률이 최악으로 치닫고 부동산 위기까지 겹쳐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마오는 수천만 명의 아사자를 내며 실패로 끝난 ‘대약진운동’과 수많은 지식인들을 학대하고 숨지게 한 ‘문화대혁명’ 등으로 중국 경제와 역사를 후퇴시켰다는 비판도 여전히 받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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