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쿠데타 50년, 쪼개진 칠레… 좌우 충돌 격화

박효목 기자 2023. 9.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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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가 일으킨 쿠데타 50년을 맞은 칠레 곳곳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973년 9월 11일 육군 참모총장이던 피노체트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권을 유혈 쿠데타로 몰아내고 권력을 거머쥐었다.

10일 칠레 언론 라테르세라 등에 따르면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피노체트 정권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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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경제발전’ 평가 엇갈려
좌파 정권, 독재 피해 진상조사
우파 일부, 정부 상대 폭력시위
경찰 장갑차에 돌 던지는 시위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 50년을 하루 앞둔 10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피노체트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경찰 장갑차에 돌을 던지며 반발하고 있다.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 현 정부는 ‘쿠데타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로 11일 오전 공식 행사를 연다. 산티아고=AP 뉴시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가 일으킨 쿠데타 50년을 맞은 칠레 곳곳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973년 9월 11일 육군 참모총장이던 피노체트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권을 유혈 쿠데타로 몰아내고 권력을 거머쥐었다. 1990년까지 지속된 피노체트 군사 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좌우 진영이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 현 대통령이 피노체트 정권 때 발생한 실종 사건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에 착수하고 희생자 추모 행사에도 참석하면서 진영 대립이 극심하다.

10일 칠레 언론 라테르세라 등에 따르면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피노체트 정권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쿠데타 당시 군부 총에 맞아 숨진 아옌데 전 대통령 등이 묻힌 레콜레타 묘지를 돌아보고 인권단체 및 희생자 가족들과 가두행진을 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진실과 정의를 위한 그들(희생자들)의 지칠 줄 모르는 투쟁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며 “여전히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지지 세력은 쿠데타 당시 군부 편에 섰던 칠레 경찰 묘역 유리문을 깨고 묘역 곳곳을 ‘살인자’ 같은 낙서로 도배했다. 하지만 일부 우파 시민들은 대통령 집무실인 라모네다 유리 구조물을 부수고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며 거세게 반발했다. 야권도 “이 나라 대통령은 국가원수인지 학생 지도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노체트 정권 17년 동안 좌파 인사 등 최소 3200명이 살해됐고 1469명이 실종됐다. 동시에 과감한 자유주의 시장경제 정책으로 ‘칠레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을 이뤘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최근 조사 결과 칠레 국민 36%는 ‘당시 쿠데타는 옳다’고 답했다. 2013년(16%)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수 정치인들은 ‘쿠바식 독재 정권을 막기 위해 쿠데타가 필요했다’고 점점 더 주장하고 있다”며 “2010년 이후 극좌파와 극우파가 부상하면서 22개 정당이 생길 만큼 칠레 정치가 분열됐다”고 전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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