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을 동기
기본적인 생존과 삶의 질을 위해 지구 자원(물질)에 의존해야 한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다. 하지만 기후위기라는 실패를 낳은 산업생산과 대량소비 방식은 그 한계를 넘어섰다. 멈추지 않고 우상향하는 자본의 수익률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성장 지상주의 시스템과 문화가 그 배후다. 이 시스템과 문화는 ‘지구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명을 가동하는 엔진과 연료가 바로 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이고 화석연료 중독이다.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창조했는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이 이윤을 소유하고 축적한 나라와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왔고 절대적 책임이 있다는 것 또한 과학적 연구 결과다. 이 같은 경향은 한 나라 안에서도 불평등의 단계에서 똑같이 재현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적을수록 재난의 피해는 배가 된다. 기후위기의 역설이다. 각자 또 함께 동시에 여러 장소와 차원에서 실천하지만 똑같이 책임지고 노력할 수도 없다. 고양이가 사람만큼 먹지도 않는데 그만큼 줄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구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삶의 질을 고려한 유지와 관리에 집중하고, 그러기 위해 절대적 총량을 줄여나가고 새롭게 필요한 부분에서 성장과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핵심 원인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채취하고, 운반하고, 가공해 태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의 87%가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고 이는 세계평균보다 20% 정도 높은 수치다.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 국가 경제지표를 지탱하는 5대 산업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다.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산업과 시멘트, 수송 부문에서도 막대한 화석연료를 소비한다.
이렇게 무한정 화석연료를 태워 도달할 수 있는 경제는 없다. 수익률과 경제성장, 자본 축적이라는 화석연료 연소의 강력한 동기에서 분배율과 분산과 순환율, 공동체 자산 구축이라는 생존과 사회적 동기로 새로운 경제활동을 모색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존과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 10년 만에 대규모 경제를 기존의 방식과 목표를 바꾸지 않고 자율적으로 대전환할 방법은 없다.
분배율과 분산과 순환율, 공동체 자산 구축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존전략이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의 강력한 동기다. 자원과 에너지 소비총량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에너지 효용을 더 가까운 곳에서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생산하고 나누는 것이다. 어디나 고르게 퍼져 있고 한계가 없는, 재생에너지 생산 및 소비 자체가 시민들의 직접적인 경제활동과 생활이 되는 것, 정부와 지자체의 대안경제지표와 정책목표의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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