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침수재난 무방비 지하차도... 개별 책임자 정해 내년 대비해야
기상 이변은 이제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 한곳에만 쏟아붓듯 하는 집중폭우도 통상의 기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물난리도 그 정도와 양상이 이전 같지 않다. 산이 통째로 마을을 덮치는 산사태도 낯선 재난이다. 과거에는 보기 힘들던 반지하주택 침수 재난도 그렇다. 지난 7월 충북 오송의 지하차도 침수는 지역사회 전체를 덮친 재난이었다. 평소처럼 통과하던 차량 15대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출근길의 시민 14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상기후를 등에 업은 수마(水魔)가 생각지도 못했던 취약점을 노리는 시대다. 이런 재난이 더 이상 일회성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 가운데 인천의 지하차도들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인천지역 지하차도 10곳 중 8곳꼴로 진입차단시설조차 없다는 실태조사가 나왔다. 만약의 침수 사태에 대비, 시민안전을 지키는 가장 초보적인 시설이다. 인천 지하차도는 모두 37곳에 이른다. 진입차단시설이 있는 곳은 8곳(21.6%)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4곳을 침수 중점관리 지하차도로 정해 놓고 있다. 고속종점·간석·인천대공원·송내 지하차도 등 규모가 큰 곳이다. 이들 중점관리 대상 중에서도 고속종점 지하차도만 진입차단시설을 갖췄다. 인천대공원 지하차도의 경우 1개 방향만 갖추고 있다.
부평구 십정동 동암지하차도의 경우 내부 바닥에 배수구조차 없다. 물이 들어차도 빠질 곳이 없는 것이다. 지난 7월에도 바닥이 빗물에 잠겨 소방당국이 진입을 막은 곳이다. 간석지하차도는 내부가 곡선 구간 형태로 통과 거리도 꽤 길다. 그러나 침수에 대비한 안내 표식도 갖추지 못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취약점도 안고 있다. 인천 지하차도 대부분이 배전반을 지하에 두고 있다. 배수펌프에 전력을 공급하는 이 설비가 침수돼 작동하지 않을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국 지하차도의 절반 이상은 배전반을 지상에 두고 있는 형태다. 인천에선 남동구 장아산로 지하차도 1곳만 지상 배전반이다. 배수펌프 작동 기준도 너무 느슨하다. 30㎝나 차올라야 배수펌프가 돌아간다. 반면 부산은 15㎝, 서울은 10㎝다.
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오송만이 아니다. 2020년 7월 부산 초량에서도 지하차도가 잠겨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의 주 원인이 출입통제시스템 고장이었다. 그간 인천은 다만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고 봐야 한다. 이제 큰비가 올 일은 없을 테니 할 때가 아니다. 돌아서면 금방 닥쳐 올 장마철이다. 어영부영하다가는 시민안전이 벼랑에 걸린다. 침수에 취약한 지하차도는 지금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지하차도별 책임자를 지정하는 실명관리제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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